지난 3일 1차 집행 때와 같은 인간 스크럼도, 정치권에서 우려했던 무기나 총기도 없었다. ‘석열산성’이라 불렸던 대형버스 차벽도 수사관들의 요청에 바로 치워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모두가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경호처 직원들이 법 집행에 협조하며 기우가 됐다.
윤 대통령과 강경파로 불리는 김성훈 경호처장 대행은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이날 새벽에도 관저 경호를 맡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잘 대응하자는 독려를 했다는 것이 경호처 내부의 전언이다. 지난 3일 1차 집행을 막아냈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 체포에 응하며 사전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의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경호처 직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집행을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경호처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여권 관계자는 “지휘부와 직원들의 판단이 엇갈렸다. 직원들 사이에선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대다수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움직이려 했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온건파로 불리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사퇴가 경호처의 와해를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처장은 무력 사용도 거론했던 김 대행과 달리 직원들에게 비폭력 대응을 주문했었다. 최 대행에게는 중재를 요청하고,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타협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 자체를 거부해왔던 윤 대통령이 강경파인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며, 박 전 처장은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들은 박 전 처장을 따랐다”며 “구심점이 사라진 뒤 내부 동요가 점점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