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 포지아의 공공병원인 폴리클리니코 리우티니 병원의 주세페 파스콸로네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응급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실 의료진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인력도 절반으로 줄었다"며 "심각하지 않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한 시민들은 기다려야 한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주 이 병원에선 수술 중 사망한 한 젊은 여성의 친척과 친구들이 의사와 간호사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망치던 일부 병원 직원이 문을 걸어 잠그고 소파, 서랍장을 쌓아 문을 막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와 방송매체를 통해 확산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더 큰 문제는 이 병원에서 이 사건을 포함해 최근 엿새 사이에 의료진에 대한 폭력 사건이 3차례나 벌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18세 환자가 응급실 간호사 3명을 구타했고, 지난 9일에는 환자의 아들이 간호사와 경비원을 폭행했다.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포지아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의료 종사자의 42%가 "근무 중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탈리아 전역으로 보면 의료진에 대한 공격 사건이 1만6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특히 포지아 지역에선 거듭된 의료진 폭행 사건 탓에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기 시간이 길어진 환자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의료진 중 일부는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간호사 연맹의 대표인 바바라 만자카발리는 일간지 일메사제로에 "우리는 의료진 폭행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원한다"며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우리를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
현지 의료 노조는 오는 16일 포지아에서 잇따른 의료진 폭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 계획이다.
정부나 의회에서는 의료진을 폭행한 사람은 3년 동안 공공병원 치료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가 전체가 의료 서비스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통신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근무 조건, 저임금, 인력 부족으로 국가 의료 서비스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