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 주위에서 만난 낸 필러는 “해리스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며 “해리스가 준비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만 있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스티븐슨도 “펜실베이니아의 비도심 지역에선 트럼프의 지지세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해리스가 교육부와 환경보호기구를 없애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연방정부를 해체하려는 트럼프의 실체를 제대로 알린다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승패를 예상하기 어려운 전국 7개 경합주(swing state)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이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경합주 중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8일 공개된 CBS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50%의 지지율로 동률을 보였다. 다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지만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고 답한 비율 4%보다 다소 높았다. 상대적으로 해리스가 중도 확장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리스 캠프는 펜실베이니아의 인구의 11%를 점하고 있는 흑인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 본지가 만난 흑인 유권자 중에서는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흑인인 잭 닐슨은 “트럼프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흑인들이 모두 해리스에게 투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라델피아엔 일자리는 사라졌고 물가는 너무 올랐다. 누구라도 잘 살 수 있게만 해준다면 기꺼이 표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기다리던 흑인 여성 제시 리베카도 “정말 모든 것이 너무 비싸져서 살기가 힘들다”며 “지난 4년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표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토론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의 대표적 도심지 필라델피아는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곳이지만,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토론회를 볼 예정이라는 에이미 쉴러는 “트럼프는 토론의 경험이 많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내 주변에도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편 지난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의 또 다른 중심도시인 피츠버그에 머물며 토론회를 준비해온 해리스는 토론 전날인 지난 9일 오후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2를 타고 일찌감치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다. 반면 7번째 토론에 나서는 트럼프는 토론을 불과 2시간 반 남겨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