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문상철(33)의 방망이가 다시 달궈지고 있다. 여름 들어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최근 본래의 타격감을 되찾으면서 KT의 중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문상철은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4번 1루수로 나와 4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 1도루 맹타를 휘두르고 11-8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의 중요한 길목마다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또, KT의 4위(65승2무65패) 도약도 함께 이끌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청신호를 더욱 밝게 키웠다.
찬스마다 해결사 노릇을 해낸 하루였다. 문상철은 0-0으로 맞선 3회말 2사 만루에서 NC 선발투수 카일 하트로부터 깨끗한 중전안타를 빼앗았다. 높게 들어온 시속 132㎞짜리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선제 2타점을 만들어냈다.
문상철의 적시타 이후 황재균의 1타점 좌전안타로 3-0으로 달아난 KT는 4회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서호철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내준 뒤 5회에도 홈런 3방을 허용해 3-6으로 밀렸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5회 공격에서 대거 6점을 뽑아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역전의 과정에서도 문상철의 존재감이 빛났다. 선두타자 김상수가 왼쪽 담장을 때리는 3루타로 출루한 뒤 장성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문상철이 내야를 가르는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1점을 만회했다. 이어 문상철은 2루를 훔쳤고, 황재균의 중전 적시타와 강백호의 1타점 좌중간 2루타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또, 계속된 2사 1, 3루에서 심우준이 큼지막한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려 9-6으로 달아났다.
경기 후 만난 문상철은 “이제 12경기가 남았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매일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순위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늘 마지막 경기까지 치르고 나서야 순위가 확정돼서인지 경기만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문상철은 지난 4월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다. 25경기에서 타율 0.329 5홈런 14타점 1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6월부터 방망이가 식으면서 고전했고, 주전으로 나서는 기회도 점차 줄어들었다.
절치부심한 문상철의 배트는 최근 들어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홈런 4개를 가동했고, 이달 4경기에선 타율 0.471 1홈런 7타점 4득점으로 원래 타격감을 되찾았다. 문상철은 “4월에는 나조차도 컨디션이 좋다고 느껴졌다. 공도 정말 잘 보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상철은 아직 데뷔 후 100안타를 기록한 적이 없다. 홈런 역시 지난해 9개가 최다다. 올 시즌 115경기 성적은 타율0.268 17홈런 57타점 48득점.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모두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상철은 “결과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과정을 잘 만들어 놓으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올해 홈런 20개를 치면 좋겠지만, 만약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시즌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