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부러진 채 달아났다…무면허 뺑소니범 한라산 숨은 이유

지난 7월 10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 제주소방안전본부

지난 7월 10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 제주소방안전본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 침범 사고를 잇달아 내고 도주한 4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부장 여경은)은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1)에게 검찰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 무면허 사고는 엄벌이 불가피하며,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잇달아 낸 뒤 한라산으로 도주해 음주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있다가 붙잡혔다”며 “피해자가 여러 명이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음주운전 관련 전력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10일 오후 6시39분께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지인 소유 쏘나타 승용차량을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도주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월 10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지난 7월 10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첫 사고가 나자 잠시 멈췄던 A씨는 이내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두 번째 사고를 내고 나서야 차에서 내린 A씨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 등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다. 당시 A씨도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이후 이튿날 오전 8시20분께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한라산 기슭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18년 면허가 취소된 뒤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다 이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고 애초 주장했다가 “사고 당일 점심때 식당에서 반주로 소주 4∼5잔을 마셨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해당 식당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을 통해 A씨가 여러 차례 술을 마신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음주 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13시간40분 만에 A씨를 긴급체포해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다. 곧장 채혈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결국 음주 운전 혐의는 배제하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