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 협박"…민주당 전북도의원 30억대 사업 청탁 의혹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긴급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긴급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억 에너지 사업 검토” 요구…업자 동석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2명이 전북자치도 공무원 일부에게 수십억원대 에너지 관련 사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예산을 깎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5일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3선인 A의원은 지난달 20일 도 회계과 직원 몇몇을 본인 사무실로 불러 'FECO'로 명명된 공공기관 냉·난방 자동관리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원격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청사에 적용하면 해마다 4억원가량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스템 설치비는 약 30억원이라고 한다.

이 자리엔 사업을 제안한 업체 관계자도 동석했다. A의원은 도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관련 부서 예산을 삭감하고 각종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고 했다는 게 담당 부서 측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당 B의원도 본인 사무실에 도 공무원 여럿을 불러 FECO 설치 검토를 요구했다. 업자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타 지역 사례를 조사한 결과 FECO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A·B의원 요구를 거부했다. ▶아직까지 도청 같은 대형 건물에 해당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점 ▶30억원으로 청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댔다.

2022년 11월 8일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6회 전북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한 김관영 전북지사와 서거석 전북교육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11월 8일 전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6회 전북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한 김관영 전북지사와 서거석 전북교육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道 “검증되지 않아” 거부…“굴욕적” 불만도

도 관계자는 “도의원이 업자가 있는 자리에서 공무원에게 사업을 제안해 불쾌하고 굴욕적이었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두 의원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시스템을 소개한 것일 뿐 공무원을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의원은 “시스템을 도입해 절감한 예산을 직원 복지를 위해 쓸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안한 것”이라며 “사업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간 도청 전기 요금이 15억원인 것을 고려해 비용 절감 방법과 업자를 소개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도 안팎에선 “도의원 일부가 사적 이익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료 제출과 예산 심사 권한을 악용하고 있지만, 전북자치도의회 40명 중 민주당 소속이 37명이다 보니 서로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의원은 그간 전북자치도를 비롯해 전북경제통상진흥원·전북문화관광재단 등 도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예산을 삭감해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A의원은 “집행부 감시와 정당한 의정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전북자치도공무원노조 측은 “도의원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보복성 자료를 요구하겠다는 건 협박”이라며 “부정 청탁이 확인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