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인력 부족한 한국, AI 써라"…'100년 기업' CEO의 조언

글로벌 통합 산업 솔루션 기업 하니웰의 비말 카푸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글로벌 통합 산업 솔루션 기업 하니웰의 비말 카푸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인공지능(AI)은 산업 현장을 혁신하는 데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겁니다. 운영 프로세스가 다른 사람·작업현장·자산 등이 AI를 연결고리 삼아 뭉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통합 산업 솔루션 기업 하니웰의 비말 카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장 작업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AI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한다면, 모든 산업에서 자동화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1885년 가정용 난방조절장치 제조사로 시작한 하니웰은 항공우주·방산, 특수화학, 산업 자동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나스닥 상장사다.

그는 지난 6월 이사회 의장으로도 선임됐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하니웰의 사업분야는 한국의 산업과 궁합이 딱 맞는다”라며 “몇몇 기업이 동시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은 다른 국가에선 보기 힘든 한국만의 특징이고, 하니웰이 한국 사업에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니웰이 140년 가까이 살아남은 비결은.
“멈추지 않고 신사업 혁신을 계속했다. 고객사들이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직면하게 된 문제를 파악해,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므로, 고객사를 중심으로 혁신 사이클을 돌렸다. 7~8년 전 집중 사업 분야를 항공우주·방산, 산업 자동화 솔루션, 에너지 전환 등 세 가지 분야로 정했다. 항공우주·방산 고객사들은 산업 자동화와 에너지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관련성이 크다.”

-기술 혁신 속도가 빠른데, 하니웰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의 사업 분야는 성장성이 큰 편이다. 항공우주·방산에선 기체 전동화가 화두이고, 지속가능한 연료로 에너지를 전환하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산업 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선 데이터·AI를 활용해 기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숙련 인력 부족 문제는 AI 자동화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산업계에서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높은데, 수소·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찾아 접목하는 사업도 한다.”


하니웰은 산업 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선 데이터·AI를 활용해 기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하니웰

하니웰은 산업 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선 데이터·AI를 활용해 기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하니웰

비말 카푸르 하니웰 CEO. 김경록 기자

비말 카푸르 하니웰 CEO. 김경록 기자



-한국 대기업들과 다양하게 일하던데.
“에너지 전환 분야에선 GS칼텍스·한화토탈에너지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기업들과 산업 자동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방산 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사업에 강점이 있는 우리가 한국 기업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니웰은 중국 상하이에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두고 있으며, 특히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공업녹색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중국 제조업의 친환경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첨단산업에서 급성장했다. 미중 갈등의 여파는 없었나.
“최근 2년간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경쟁도 심해지고 있는데, 하니웰은 25년간 중국에서 사업했기에 이런 상황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첨단 산업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큰 위협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새 미·중 갈등이 심화했지만, 기업 간 관계로 봤을 땐 큰 영향이 없었다. 사실 국가 간 관계보다는 기업 간 관계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비말 카푸르 하니웰 CEO. 김경록 기자

비말 카푸르 하니웰 CEO. 김경록 기자

하니웰은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대체연료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 하니웰

하니웰은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대체연료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 하니웰



-AI 자동화 솔루션이 산업 현장에 좋기만 할까. 
“AI는 산업계에 확실히 기회다. 우리는 AI 솔루션을 통해 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은 AI로 높아진다. 물론 소셜미디어나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요소는 우려할 점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AI의 이점이 확실하다. 우린 AI 솔루션을 비즈니스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생성AI 위원회’를 만들었다. 특히 한국에선 제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AI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하니웰은
글로벌 통합 산업 솔루션 기업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100년 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의 시작은 1885년 미국 발명가 알버트 부츠가 개발한 가정용 난방기 자동 온도 조절장치 제조·판매였다. 이후 난방기, 산업 자동화 솔루션, 항공우주·방산, 특수 화학 등의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M&A 해 영역을 넓혔다. 1969년 발사된 달탐사선 아폴로 11호에도 1만6000여개의 하니웰 부품(기체 안정화·제어 시스템)이 탑재됐다. 포천 100대 기업 중 하나로, 그룹 시가총액은 1300억 달러(약 173조원)에 달한다. 한국에선 1984년 LG그룹과의 합작사(LG하니웰)로 세워졌고,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미국 본사가 LG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하니웰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