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보청기 된다…가격 착한 '에어팟 프로2' 처방전 필요 없다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프로2를 보청기로도 쓸 수 있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애플의 보청기 소프트웨어를 승인하면서다. 국내에선 규제 당국 허가 절차를 밟은 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전날(12일) 애플 에어팟 프로2에서 처방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청기 소프트웨어를 승인했다. FDA는 “경도~중등도 난청이 있는 11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전문 보청기를 쓰는 사람과 유사한 효과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소리 증폭 수준과 소음 속 언어 이해도 측정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2. AP= 연합뉴스

애플의 에어팟 프로2. AP= 연합뉴스

FDA 승인에 따라 미국에선 향후 iOS18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뒤 에어팟 프로2를 보청기로 쓸 수 있게 된다. 이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무선 이어폰과 연결한 뒤 주파수·음량 등에 대해 5분 정도 청력 테스트를 받으면 청력 프로필이 작성된다. 이후 에어팟이 보청기로 전환되면서 착용자의 청력 수준에 맞춰 음악과 소리를 자동으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백만원대 보청기에 비해 에어팟 프로2는 30만 원대(249달러)로 저렴해 접근성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FDA는 지난 2022년 처방전 없이도 약국이나 온라인 등에서 환자가 보청기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한 적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대해 허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FDA의 미셸 타버 의료기기 및 방사선 보건센터 국장 대행은 “청력 상실은 수백만명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공중 보건 문제”라며 “접근성, 수용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고도 난청 환자에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이 경우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FDA는 강조했다.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AP=연합뉴스

 
애플은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 일본 등 100개국 이상에서 허가를 받은 뒤 이 기능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국내 식품의약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직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라며 “신청되면 임상시험 자료와 기술 문서에 대한 심사 등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별로 적용 시점에 시차가 있을 수는 있다. 애플워치에 담긴 배란일 예측 기능도 미국 등에선 2022년부터 쓸 수 있었지만, 국내에선 올해 5월부터 가능해졌다.  


업계에선 글로벌 오디오 기기 시장의 침체 속에서 애플이 중국 기업들의 중저가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본다. 애플은 웨어러블 기기에 건강 관리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애플워치10에는 수면 무호흡증과 낙상 등 응급 상황 감지 기능을 담았다. 앞서 팀쿡 애플 CEO는 건강 개선이 애플이 인류에 기여할 가장 큰 공헌으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