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경남 합천군 '운석충돌구', 사천휴게소 '우주인 모형'과 F-4D 전투기 실물. 사진 합천군, 사천휴게소, 안대훈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우주인이 방문객을 반긴다. 우주의 비밀을 담은 운석이 떨어진 드넓은 구덩이도 있다. 실물 크기의 항공기 수십대를 코앞에서도 볼 수 있다. 올해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서 우주항공도시를 꿈꾸는 경남의 모습이다.
5만년 전 ‘쿵’…한반도 유일 운석 떨어진 합천
경남 합천군 초계면 대암산(591m)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그릇처럼 움푹 파인 지형을 볼 수 있다. 높이 200~700m 산봉우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중심부가 평탄한 전형적인 분지(盆地) 형태다. 지름이 무려 7㎞에 달하는 ‘적중·초계분지’다.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유일한 운석충돌구(Impact Crater)다.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연구 결과, 적중·초계분지는 약 5만년 전 지름 200m 크기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 걸쳐 있는 '적중-초계 분지'. 5만 년 전 한반도에 운석이 떨어져 생긴 '운석충돌구'이다. 사진 합천군
합천 운석충돌구는 대체 불가능한 관광 자원이다. 합천군도 이를 기반으로 관광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은 오는 10월 합천운석충돌구 거점센터 착공에 들어간다. 연면적 992.7㎡ 규모로 홍보전시관과 VR 체험관·문화공간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운석충돌구 홍보와 전시, 지질 교육과 체험형 관광 콘텐트를 제공한다. 대암산·미타산 일원 능선 33km에 이르는 운석충돌구 탐방로도 정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운석충돌구를 일찌감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미티오 크레이터’에는 연간 25만명이 찾는다.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는 ‘4D 영상관’, 우주 과학 콘텐트를 전시한 박물관 ‘디스커버리센터&스페이스 뮤지엄’ 등 관광 시설이 있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선 경남 사천시를 지나는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순천방향)에서는 우주인이 방문객을 반긴다. 바로 휴게소 항공우주전시관에 설치된 키 180㎝의 우주비행사 모형이다. 양쪽 어깨에 각각 ‘NASA(미 항공우주국)’와 ‘태극기’를 부착한 우주인 모형은 마치 악수를 할 것처럼 왼손을 내밀고 있다. 이 우주인 모형은 반대편 사천휴게소(부산방향)에는 없고, 순천방향에서만 볼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순천방향)에 우주인 모형이 설치돼 있다. 안대훈 기자
이외에도 사천휴게소에서는 갖가지 우주항공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사천휴게소 운영업체(YM21유통㈜)가 10여년 전부터 ‘항공우주’를 테마로 휴게소를 단장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부산방향 휴게소에 공군 훈련기인 T-37(2009년) 기종을 야외에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실물 전투기를 전시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국 최초였다. 이듬해(2010년) 순천방향 휴게소에도 F-4D(2010년) 기종을 전시했다.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순천방향) 야외에 전시된 F-4D 전투기 실물 모습. 사진 사천휴게소
남해고속도로 사천휴게소(순천방향) 항공우주전시관에 전시된 전투기 모형들. 안대훈 기자
2012년과 2015년에는 각각 순천·부산방향에 항공우주전시관도 설치했다. 장난감 같은 각종 전투기 모형 등은 어린이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현재 사천휴게소는 자체 캐릭터 ‘하늘꾸미’가 게시된 우주인 모형, 야외 전투기, 전시관 등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휴게소 매장에서 커피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YM21유통㈜ 관계자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대표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군 등 우주항공이란 사천시 이미지에 맞게 휴게소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투기·헬기 수십대 코앞에서…윤 대통령 다녀간 그 박물관
사천휴게소에서 약 30분 거리(29㎞)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은 경남 사천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2002년 8월 문을 연 지 22년 만인 올해 8월, 누적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매년 22만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지난 5월 우주항공청 개청 기념 ‘미래 세대와 함께 하는 우주항공 축제’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박물관에서 블랙이글스와 KF21의 축하 비행을 관람하기도 했다.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의 500만 번째 방문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시에 사는 정준원씨 가족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2002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22년 만에 누적 관람객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 KAI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경남 사천시 항공우주박물관 잔디마당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우주항공 축제'에서 물로켓 부문 수상작 발사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항공우주박물관은 KAI가 운영한다. KAI는 항공우주산업의 기술 발전과 비전 제시, 그리고 국가 안보 역사관 함양을 목적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연면적 4만6281㎡) 야외 전시장에는 실물 크기의 항공기 26대가 전시돼 있다. KAI가 생산한 항공기나 한국전쟁 당시 한국 공군과 미국 공군·해군의 항공기 등 볼 수 있다.
여러 실내 전시관도 있다. 한국전쟁 참상과 국군 활약상 등을 담은 ‘자유수호관’, 인공위성과 같은 항공우주 모형물 등 다양한 전시물 600여점이 전시된 ‘항공우주관’, 한국 항공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항공산업관’ 등이다. KAI는 사천시와 협업해 항공우주박물관 관람과 KAI 항공기 생산 현장을 견학하는 ‘시티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추석 연휴 기간인 16~19일에는 휴관한다.
합천·사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