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이어진 폭우는 오스트리아·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유럽 중동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재민과 피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미 수만 명이 대피했으며, 침수 피해가 속출해 밤샘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3일간 연평균 강우량의 3분의 2가 쏟아진 폴란드는 남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폴란드의 국경도시 크워츠코는 도시 전체가 거의 물에 잠겼으며, 당국은 남서부 홍수 지역 주민 2600명을 대피시킨 상황이다.
체코의 국경 지역인 인구 2만3000명의 크로노프 지역은 전체의 80%가 침수됐다. 또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6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오스트라바에서는 댐이 무너지고 난방 설비가 완전히 폐쇄되면서 주민 28만 명이 온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리토블예의 도시 건물 약 80%도 침수됐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선 다뉴브강 수위가 계속 올라 수위가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처럼 피해 증가가 우려되자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EU에 10억유로(약 1조4700억원) 이상의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라즈 우즈바리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EU가 요청을 받으면 펌프와 구조팀, 보트, 식량, 물과 같은 긴급 구호품을 매우 신속히 도움이 필요한 국가에 보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폭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유럽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한파가 발생해 생긴 찬 공기가 지중해와 북해의 높은 수온과 만나 강한 폭풍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CNN은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라며, 대기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고 이것이 폭우와 더 강한 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그랜텀 연구소 기후 과학자인 조이스 키무타이는 영국 가디언에 “중부 유럽의 재앙적인 폭우는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결과로) 예상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최근 사례는) 세계가 폭우에 얼마나 대비를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