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지중화 사업’으로 전선과 통신선이 사라지고 보행로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된 현재의 황리단길 모습. 사진 경주시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첨성대도 불국사도 월정교도 아닌 ‘황리단길’로 꼽혔다. 지난해 12만 명이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황리단길’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에서 인기를 끈 이태원 경리단길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내남사거리부터 포석로를 거쳐 황남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진다. 18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11만8370명이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황리단길’을 검색했다.
경주 주요 관광지보다 황리단길을 검색한 사람이 많았다. 같은 기간 석굴암 검색량은 9만8351건, 동궁과 월지 1만7899건, 월정교 1만2220건 등이었다. 체류시간도 황리단길이 가장 길었다. 황리단길에서 평균 1시간 33분 체류해 월정교(1시간 18분), 동궁과 월지(48분), 석굴암(40분), 첨성대(27분)보다 긴 것으로 집계됐다.
황리단길 방문객의 3분의 1이 수도권 거주자였다. 주로 경기(14.6%)·서울(11.9%)·인천(2.6%) 등에서 방문해 이들이 1박 이상 숙박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황리단길이 경주의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리단길의 인기 비결로 보행환경 개선을 꼽는다. 황리단길은 2018년만 해도 인도가 없는 데다 좁은 도로에서 양방향 통행을 하는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런 불편한 보행환경 탓에 황리단길을 다시 찾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보행로가 없고 양방향 통행이 이뤄져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이 벌어졌던 과거 황리단길 모습. 사진 경주시
이에 경주시는 주민과 상인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경북경찰청과 협의해 황리단길에 인도부터 설치했다. 또 일방통행 도로를 만드는 등 보행친화거리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전선지중화 사업도 추진했다. 한국전력과 협의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전선과 보행에 방해가 되는 전신주를 없애면서 미관을 살리고 보행 환경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유명한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황리단길의 원천 경쟁력은 건축 환경과 보행 환경”이라며 “대릉원의 고분들이 감싼 골목길과 한옥은 황리단길이 가진 복제 불가능한 콘텐트”라고 설명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황리단길은 전국에 몇 안 되는 상인과 주민 주도로 조성된 특화거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행정 및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경주시는 상인과 주민, 방문객 입장에서 황리단길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