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실장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4 한반도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하지 말고 (남북이)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에 대해서도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며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남북 모두에 거부감이 큰 통일을 유보해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개의 국가 상태로 남북이 협력하고, 동북아 단일경제권 등을 새로운 목표로 삼으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을 가리켜 "사라졌던 흡수통일론이 공공연히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곳곳에서 커지는 가운데 제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안전장치라도 마련하기를 충심으로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준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정은 위원장과 발맞춰 통일에 반대하는 것은 반국가 세력이고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는 매국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말 한마디 없이 사실을 은폐 조작했던 지난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견에만 유독 동의를 보이는 행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국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다음 달 7일 남쪽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하는 헌법 개정 등을 논의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주문했다.
헌법에 신설하는 영토·영해·영공 조항에는 그간 김 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며 '남쪽 국경선', 구체적으로는 '연평·백령도 북쪽 국경선'을 언급한 만큼 지명을 상세히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라거나 동족으로 여기는 개념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문대로 '북반부',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이 헌법에서 모두 삭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북한에 편입하는 문제, 한국을 제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문제 등도 헌법에 들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