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자(5년 이내 두차례 단속)는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만 운전이 가능한 조건부 면허를 발급 받게 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음주 측정을 해야만 시동이 걸리는 기기로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도 법제화된 장치다. 만약 대상자가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운전할 경우, 면허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 중앙일보가 19일 수도권에서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하는 유치원·어린이집·학원 10곳에 직접 확인한 결과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8곳은 해당 법안의 존재에 대해 아예 인지하지 못했고, 2곳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상습 음주운전자가 어린이 통학버스를 몰지 못하도록 면허를 취소하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에 고가의 장비 설치 부담까지 떠안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시점에서 음주운전 방지장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요 반발 사항이다. 현재 시장가로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비용은 200~3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추후 시장이 형성되면 렌탈 등 서비스가 생겨서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정책 홍보가 안 돼 있는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별도의 정책 설명을 진행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방지장치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 자체가 인건비나 탑승도우미 등 여러 규정이 많아 운영 여력이 있는 보육기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의무들이 부과되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신뢰 원칙’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식으로 기존 차량까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도록 강제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장치가 정말로 최선의 대책인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에 충분히 설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정관 한국교통안전공단 명예교수는 “해외 기준으로 볼 때 어린이 통학버스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 과한 규정은 아니”라면서도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 주체들의 부담이 과하다 보니 정부(지자체 혹은 교육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8월 말 기준 어린이통학버스 신고증 발급 건수는 14만 1334건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어린이 통학버스 음주 사고율은 일반 버스보다 12.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