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하반기 스마트폰에서는 애플 아이폰16, PC에서는 인텔·AMD·퀄컴 등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들의 신제품이 쏟아졌지만 좀처럼 판매량 반등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AI 가속기·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용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IT 제품시장에서 ‘AI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아이폰마저 예년 성적 유력
사전 예약 성적은 전작보다는 다소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애플 전문 분석가인 대만의 TF인터내셔널의 궈밍치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아이폰16 시리즈의 첫 주말까지 사전 주문 판매량이 약 3700만대라고 주장했다. 전작 대비 약 13% 줄었다.
특히 고성능 모델인 프로 시리즈에 대한 판매 비중이 전작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궈밍치는 “아이폰16 프로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낮은 요인 중 하나는 주요 판매 포인트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16 출시와 함께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애플은 자사 기기 생태계 전반에 생성 AI 기능을 적용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의 시스템으로 선보일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판매 이후인 올 10월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영어로 된 시험버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PC·스마트폰 시대의 황혼기?
올해 기대를 모았던 퀄컴의 PC용 스냅드래곤 시리즈 칩 제품 역시 아직까지 시장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출격을 앞둔 인텔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인 루나레이크(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2)가 뛰어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를 앞세워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인텔은 현재 실적부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PC·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낸드 플래시 가격이 제자리걸음 중인 것도 이 같은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AI 서버를 제외한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 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예상보다 약한 PC와 스마트폰 판매는 낸드 플래시 출하량 성장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PC·스마트폰은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 됐다”면서 “당초 예상처럼 AI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수요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