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지난 8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해지했다. 구독 서비스 4가지에 매달 3만8290원을 썼다는 강씨는 월 4만원을 제한선으로 두고 있다. 그는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는 구독상품 ‘배민클럽’에 추가로 가입했다”면서도 “내년 3월에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해지할 것 같다”라고 했다.
월 구독 형태로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상품’이 배달 앱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를 플랫폼에 붙들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구독할 서비스가 늘고 기존 플랫폼마저 구독료를 줄줄이 인상하자 ‘구독 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커피도 배달도 구독 전쟁
지난해 10월엔 커피빈코리아가 2주 동안 연간 회원제 서비스 ‘오로라 멤버스’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연회비 3만원을 내고 오로라 멤버스에 가입하면 1년 동안 10% 상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료 음료권 등 앱 전용 쿠폰 10매 증정, 생일 쿠폰 등의 혜택도 포함됐다.
배달 플랫폼도 유료 구독으로 경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배달비 혜택이 있는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정식 출시했다. 월 3990원을 내면 주문 여러 건을 순차 배달하는 ‘알뜰배달’은 배달비 무료, 주문 한 건만 배달하는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 혜택이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 회원에게 무료 배달을 시작하며 사실상 배달 구독제를 적용하고 있고, 요기요는 지난 4월부터 월 2900원에 무료 배달 혜택이 있는 ‘요기패스X’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플레이션’에 커지는 소비자 부담
여러 동영상 서비스(OTT)를 동시에 구독하다 올해 초 모두 해지했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구독료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돈을 낸 만큼 콘텐트를 봐야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 보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라며 “뭘 볼지 콘텐트 고르는 것도 언젠가부터는 스트레스가 됐고, 시간도 아까워 올해부턴 모두 끊었다”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기존 구독자를 대상으로 추가 판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독 모델을 선호한다”면서도 “소비자는 이용량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다양한 유료 구독 모델이 등장하면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