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 멀허구 있대유?”(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어요?) “이 그림이 월매나 미선가유?(이 그림이 얼마나 무서운가요?) “보아배얌 같은 그림은 그만 그시구”(보아뱀 같은 그림은 그만 그리고)
지난 2일 독일에서 발간된 어린왕자 충남 사투리편(한글) 표지. 이 책에는 1943년 당시 충남 예산 지역의 어린이들의 사투리를 정겨운 표현으로 담아 냈다. [사진 충남도]
1943년쯤 충남 예산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쓰던 사투리를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반영해 발간한 책(충남 사투리 한글편) 내용의 일부다. 충남 독일사무소와 독일 틴텐파스 출판사가 협업으로 출간한 이 책은 지난 2일 독일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틴텐파스사는 언어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토착문화를 보존하고자 전 세계의 독특한 언어로 번역된 어린왕자를 출간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지역 방언은 물론 이집트 상형문자·모스부호 등 총 219편의 에디션을 소개했다.
어린왕자 충남 사투리편 번역 작업에는 예산군 기반 충청말 연구가이자 문인인 이명재 씨가 참여했다. 어린왕자 초판이 발행된 1943년 충남 지역 어린이 말과 정서를 담아냈다.
“으른덜은 슬멩을 안히주믄 앙껏두 물러”(어른들은 설명을 안 해주면 아무것도 몰라) “저기유, 염생이 점 그셔 줘유”(저기요, 염소 좀 그려주세요) “워떤 일이던 불현디끼 까닥읎넌 일을 당허믄 생각이구 나발이구 다 맥히넌 벱이여”(어떤 일이던 갑자기 이유 없이 당하면 생각이고 나발이고 막히는 법이야) “염생이는 암디나 쏘댕기니께 종내인 잃어버리게 되넌 겨”(염소는 아무데나 쏘아 다니니까 결국에는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 어린왕자 충남 사투리 한글 편은 이렇게 80여 년 전 어린이가 쓰던 말을 그대로 표현했다.
어린왕자 조각상은 쁘띠프랑스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촬영 장소다. 지난 2일 독일에서 어린왕자 충남도 사투리편(한글)이 출간됐다. [중앙포토]
충남도는 이 책을 활용해 독일한국어교육원,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독일 5개 대학과 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11월 국내에서 개최하는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백일장 주제 도서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틴텐파스사 대표 발터 자워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와 협업으로 성사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전 세계 어린왕자 도서 수집가는 물론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충남 사투리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발간사를 통해 “충청도 사투리는 말투가 느리고 온화하며 표현과 어휘가 따뜻함과 친근함을 자아낸다”며 “이번 번역본 출간은 소중한 충청도 언어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컬렉션. 중앙포토
한편 앙뜨왕 드 생텍쥐페리는 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공군 장교이다. 북서 아프리카, 남대서양, 남아메리카 항공로의 개척자로 야간 비행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장교로서 참전하고 비행 도중에 행방불명됐다.
『어린왕자』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작은 별에서 여러 별을 거쳐 지상에 내려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소년이 보아뱀에게 물려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까지 300여 개 국어로 번역됐고 한국어판 중에는 저자의 삽화가 삽입된 번역본이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