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장을 늘리려고 한다’는 거짓말로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코스닥 상장사의 전 경영진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투자금을 모두 경영권 방어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하이소닉 전 대표 류모(56)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동업자 배모(52)씨와 김모(53)씨는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하이소닉은 휴대폰 카메라용 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LG전자 등에 납품해온 회사다. 2001년 설립돼 2010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류씨는 2016년 투자설명서를 허위 공시하고 이렇게 조달한 금액을 경영권 확보에 사용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횡령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류씨는 최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되자 2016년 5월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보고서에는 자금 조달 목적을 ‘시설자금 100억원, 운영자금 100억원’, ‘100억원은 베트남 공장 증설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으며 조달된 자금은 모두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류씨는 동업자인 배씨, 김씨와 사전에 이같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후 회사가 실적 악화를 겪자 2018년 무자본 인수·합병 세력인 곽모(51)씨에게 지분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곽씨는 계약금만 냈을 뿐 잔금을 낼 능력이 없었다. 곽씨는 사채자금을 끌어와 마치 대금을 완납한 것처럼 꾸몄고, 회사에 92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류씨 등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사채업자에게 회사의 인감도장·사업자등록증을 넘겨주면서 곽씨 범행에 협조한 걸로 드러났다. 이후 곽씨는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1심 법원은 류씨에게 징역 5년을, 류씨·배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억원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범행에 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범행의 규모가 작지 않은데다가, 공모 청약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미친 영향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에서 류씨는 징역 3년과 벌금 100억원으로 감형을 받았다. 배씨와 김씨는 1심에서와 같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벌금 100억원에 대해서는 선고가 유예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은 발행대금 중 약 172억원을 상환해 피해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며 “하이소닉을 상장폐지의 위기에 이르게 한 곽씨의 형이 징역 5년임을 감안하면, 류씨에게 이보다 중한 형을 부과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들이 경영권 확보 외에 개인적으로 이익을 본 건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지난달 12일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이 확정됐다.
한편 전·현직 경영진이 나란히 형사재판에 넘겨지면서 하이소닉은 2018년 12월 거래정지됐다. 이후 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교체됐고, 거래정지 약 4년 3개월만인 지난해 3월 거래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