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의 주중 대사관 사진 게시판 정중앙에 이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노동신문 웹사이트 캡처
북·중간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수교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서로 축전을 교환했다. 이날 축전에서 김 위원장은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북·중 관계 발전”을, 시 주석은 “의사소통”을 각각 강조했지만, 이외에 별다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또 수교를 축하하는 별도의 행사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아 양국 간 이상 기류가 올해 들어 계속되는 분위기다.
양국 관영 매체의 축전 소식 보도도 묘하게 달랐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4면에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축전 내용을 게재했지만, 중국은 오전 9시(현지시간)께 관영 신화사를 통해 축전 교환 소식만 전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조중(북·중) 친선 협조 관계를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75년간 두 당, 두 나라는 자기 위업의 정당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간직하고 역사의 온갖 시련과 도전을 물리치면서 사회주의 한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북·중 간 굴곡진 관계를 암시한 셈이다.
지난 2008년 중국 국가부주석 시기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왼쪽사진 왼쪽) 현 국가주석이 김정일(왼쪽사진 왼쪽 두번째)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위챗 캡처
반면 시 주석은 “의사소통”을 두 차례나 언급하며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해 동안 총비서 동지와 여러 차례 상봉하고 친서와 전문 등으로 밀접한 의사소통을 유지했다”며 “외교관계 설정 75돌을 계기로 전략적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중은 지난 3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의 방중과 4월 중국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방북 이후 고위급 교류가 끊긴 상태다.
지난 1983년 김정일(오른쪽)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당시 영접나온 시중쉰(習仲勳) 중앙 서기처 서기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위챗 캡처
시 주석의 이날 축전엔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 기조를 담은 문장도 보이지 않았다. 시 주석은 새해 첫 날(1월 1일)과 북한 정권 수립 76주년 기념일(9월 9일)에 각각 축전을 보내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로 북·중 관계를 대하고 있다고 반복 언급했다. 이런 긴장감 있는 내용은 이번 축전엔 담기지 않았다.
6일 촬영한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북한 주중 대사관의 사진 게시판. 정중앙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연설 사진과 각종 시찰 사진을 게시했을 뿐 중국 관련 사진은 걸려있지 않았다. 신경진 기자
이날 베이징 차오양구에 자리한 주중 북한대사관 주변에서도 수교를 축하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외부 사진 게시판에는 북·중 수교 75주년이나 ‘친선의 해’를 기념하는 사진 대신 지난 1월 15일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 사진이 정중앙에 걸려 있었다.
이뿐 아니라 '친선의 해' 폐막식 관련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북·중은 지난 4월 12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친선의 해 개막식을 열었다. 폐막식 일정과 관련, 지난달 27일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만일 확정된 소식이 있다면 즉시 발표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일본 언론이 보도했던 북·중 접경 단둥의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관련해 "중국측 세관과 부대시설 공사는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개통이 임박했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