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이 4일에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는 4일 늦었고, 평년(9월 28일)과 비교하면 6일이나 지각했다. 기상청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본다.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강원 설악산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점차 남쪽으로 내려온다.
설악산 10월 지각 단풍 왜?
설악산의 경우에도 10월에 첫 단풍이 시작된 건 2011년 10월 4일 이후 13년 만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다섯 번밖에 없었다.
10월 중순까지 따뜻한 가을 “단풍 절정 시기도 지연”
단풍 절정(단풍이 80%가량 물들었을 때)은 일반적으로 단풍이 시작되고 약 20일 뒤에 나타난다. 설악산의 단풍 절정은 지난해에는 10월 23일, 평년의 경우는 10월 17일이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고온 추세가 계속해서 꺾이지 않을 경우 단풍이 완전히 물드는 시기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10월에도 북쪽의 찬 공기가 잘 내려오지 않으면서 11월 초까지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단풍 절정 시기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고장 난 나무 시계 “푸른 낙엽 볼 수도”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풍의 시작 시기를 늦출 뿐 아니라 나무의 생장 시계까지 고장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광합성을 멈추면서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단풍이 물들고 이어서 낙엽이 돼 떨어진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기온과 일조량의 균형이 깨지면 이런 나무의 생장 과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올가을처럼 고온 추세가 이어지다가 기온이 급격히 하강할 경우 잎이 제대로 물들지 못한 채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가을이 되면서 광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생태계가 기억하는 기온과 지금의 기온이 너무 다르다 보니 나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푸르른 잎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