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원전 도입'에 대한 찬성표가 71.1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두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63.66%였다. 카자흐스탄 국민투표는 헌법에 따라 유권자 중 과반이 참여해야 유효하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카자흐스탄은 고질적인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중 가장 먼저 원자력 발전소를 도입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800㎿(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를 2029년 착공해 2035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1기당 50억 달러(약 7조원)가 소요된다. 카자흐스탄 원전 합자회사의 대표인 티무르 잔티킨은 "높은 안정성을 기준으로 수준 높은 가압경수로(PWR)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전 거부감, 국민투표로 넘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2021년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 해결을 위해 원전 건설을 재추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현재 상황대로라면 전력 부족으로 경제 성장 둔화, 주택과 서비스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엔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 알마티 인근의 발하쉬 호수 일대를 원전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고려해 "원전 건설 여부를 정치·경제적 필요성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뒤 진행하겠다"고 밝힌 뒤 진행됐다. 카자흐스탄이 구소련의 일부였던 1949~89년, 소련 당국은 카자흐스탄의 북부에 위치한 세미파라틴스크에서 456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 일대 300㎢가 방사능에 오염돼 '죽음의 땅'이 됐고 주민들은 암·결핵·정신질환에 시달렸고 낙태와 기형아 출산율도 치솟았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붕괴 이후인 1991년 8월 29일 세미팔라틴스크를 영구 폐쇄했다.
한국, 러시아·중국·프랑스와 수주 경쟁
이에 대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카자흐스탄 원전 수주는 마켓 규모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원전 건설뿐 아니라 향후 운영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큰데다, 다른 중앙아 국가의 원전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6일 투표장에 모습을 보인 토카예프 대통령은 "가장 앞선 기술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기준으로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겸 블로거인 바딤 보레이코는 자신의 블로그에 "(토카예프의 사무실에서) 러시아의 로사톰과 함께 원전을 건설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나의 결론"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