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송금’ 재판부 교체 기각…"재판 독립 저해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재배당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들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을 한 재판부가 확증 편향과 인지적 오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변론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8일 오전 10시 이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공판 진행 경과 상 재배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공정한 재판할 우려가 있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재배당 요청은 법률 상 근거가 없다”며 “반대로 당사자, 쟁점이 동일하거나 피고인이 같을 때 한쪽 재판부에 배당한다는 대법원 예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 입장에선 명확한 실무례나 법률 문헌이 없는 상황에서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자칫 또 다른 헌법 상 재판 독립이라는 가치가 저해될 위험이 있다”며 “종전 판단(이 전 부지사 1심 유죄)에 매이는 상황 없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심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들은 이 전 부지사의 특가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재판부가 이 대표 형사 재판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인 김종보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고 이 대표의 경우 열혈 지지파와 반대파가 나뉘어 음모론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며 “혹여 사법부 신뢰를 저해할까 염려되고 재판부 신상을 공격하는 상황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 살펴달라”고 했다.


재배당 요청 의견서를 낸 이 대표 측 이장형 변호사도 “현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1심을 판결해 본의 아니게 수사기록을 사전 검토하고 이재명 피고인을 대면하게 된다”며 “확증 편향과 인지적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는 다른 재판부에 의해 백지 상태에서 심리해야 공정한 재판으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통상적인 공범 사건에서 보기 어려운 특혜 요구라고 맞받았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상 기피 사유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러한 사유가 없고 기피 목적으로 재배당을 요청해 재판을 지연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의 재배당 요청은 국정감사 이슈로도 부각됐다.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상 이 대표가 재배당을 요청한 사유에 해당하는것이 없다고 보인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의 “‘이화영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 신진우 부장판사가 이재명 유죄 심증을 갖고 심리한다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데, 지금까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에 이런 주장을 가지고 인정한 전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 법사위 박지원(민주당) 의원은 “2014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년간 재판부 기피 신청은 7505건인데, 인용한 것은 5건(0.06%)밖에 안 된다”며 “정당한 피고인 권리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고 하면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