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감독은 준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올 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한 손주영을 불펜 요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최원태가 KT 위즈 상대 전적이 좋았고, 불펜진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주영은 지난 1·2차전에선 아쉽게도 등판 기회가 없었다. 경기 후반 불펜에서 몸을 풀었지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1차전은 2-3으로 졌고, 2차전은 점수 차가 7-2로 벌어진 탓이었다.
손주영은 경기 전 "불펜에서 몸을 푸는 방법을 익혔다"며 "오늘은 정말 등판할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쉬어서 팔 상태가 무척 좋다. 등판하면 경기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싶다. 원태 형과 나, 둘이 경기를 끝내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고 했다.
4회부터 손주영은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배정대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걸 시작으로 7타자 연속 범퇴를 이끌었다. 6회 1사 후 황재균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 8타자 연속 아웃을 이끌어냈다. 5와 3분의 1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데뷔 후 첫 가을 야구란 사실이 무색한 호투를 펼쳤다. 9회 유영찬과 엘라이저 에르난데스가 나서긴 했으나 손주영이 긴 이닝을 던져준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
LG가 6-5 역전승을 거두면서 손주영은 승리 투수가 되고 데일리 MVP까지 차지했다. 손주영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었으나 몸만 풀었고, 나서지 못했다. 이번이 첫 가을 야구. 손주영은 역대 42번째, LG 투수로는 5번째로 PS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9회에도 손주영을 낼까 생각했지만, 회전수가 떨어져 교체했다"고 말했다.
손주영은 "저는 그런 느낌은 없었고, 감각적으로는 좋아지고 있었다"고 웃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 포스트시즌 등판 등 낯선 상황임에도 손주영은 씩씩하게 던졌다.
손주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첫 PS 등판이지만 작년 KS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긴장보다는 설렘이나 여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올라가고, 직구도 꽂히고 했는데. 원태 형 (승계주자)점수를 못 막은 게 아쉬웠지만, 6~7회까지 가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손주영은 정규시즌 KT전 성적(3경기 2패 평균자책점 6.19)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안 좋았던 건 전반기 2경기였다. 후반기 등판 때(8월 29일)는 좋아졌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8피안타 3실점)도 했다. KT에 강했던 곽빈과 두산에 약했던 벤자민의 결과도 있어서 (상대전적을)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