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물흐물 엿처럼 녹아내린 산호…비명 터진 제주바다, 무슨 일

올여름 고수온에 제주 연산호 폐사

지난 8월 16일 서귀포시 송악산 앞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수지맨드라미(연산호) 녹아내림 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지난 8월 16일 서귀포시 송악산 앞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수지맨드라미(연산호) 녹아내림 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올여름 고수온 현상이 지속한 제주 바닷속에서 연산호가 대량으로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해조류에서 이상 현상도 함께 포착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10일 지난 여름철(8∼9월) 제주 바다의 이상 현상을 기록한 이슈리포트 ‘2024년 여름, 고수온으로 인한 제주바다 산호충류 이상 현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부드러운 산호라는 뜻의 연산호(soft coral·바다맨드라미류) 피해가 심각했다. 서귀포 범섬과 문섬, 섶섬과 송악산 해역에서 주로 서식 중인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밤수지맨드라미·자색수지맨드라미·검붉은수지맨드라미·가시수지맨드라미 등 연산호류가 녹아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산호 군체가 축 처지거나 부서져 내리는 녹아내림 현상이 뚜렷했다. 수심 10m가 안 되는 해수면 가까운 곳의 피해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돌산호류도 하얗게 골격만 남아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범섬 앞바다 속 돌산호의 백화현상. 사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범섬 앞바다 속 돌산호의 백화현상. 사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열대 지역 돌산호류(hard coral)에서 발생하는 산호 백화현상(coral bleaching)도 잇따라 목격됐다. 빛단풍돌산호는 갈색의 공생조류를 지니고 있는데, 공생조류가 모두 빠져나가 탄산칼슘의 골격만 남고 하얗게 변하며 폐사했다. 특히 서귀포시 범섬 중 본섬 앞 수심 5~10m 해역의 빛단풍돌산호는 대부분 폐사했다. 서귀포시 서건도 수심 10~15m 지점에서는 거품돌산호 백화현상이 확인됐다.

서귀포시 문섬 꽃동산과 한개창, 서건도 수중 동굴에선 큰산호말미잘 개체에서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이 외에도 띠녹색열말미잘과융단열말미잘의 백화현상도 확인됐다.


해조류 피해도 이어져 

지난달 4일 서귀포 범섬 앞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산호말미잘 백화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지난달 4일 서귀포 범섬 앞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산호말미잘 백화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해조류 이상 현상도 발견됐다. 서귀포 문섬 바닷속에선 대규모의 감태 군락이 석회관갯지렁이에 뒤덮여 성장에 영향을 받는 현상이 발견됐고, 방황혹산호말 등 산호말류의 백화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제주산호의 폐사 원인으로는 제주바다 수온이 상승이 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8월 제주바다의 평균 수온은 27.8도였다. 2020년 25도와 비교해 2.8도 올랐다. 실제 올해 제주 연안에는 지난해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됐다. 지난 7월 24일부터 10월 2일 오후 2시까지 71일간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다. 지난해 55일보다 16일이 길었다. 고수온 특보 중 주의보는 수온이 28도 이상인 경우 내려진다. 경보는 수온이 28도 이상인 날이 3일 연속 이어지면 발효된다. 이와 맞물려 올해 중국 남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양쯔강이 범람하면서 생긴 저염분수가 유입된 점도 제주 해양생태계 변화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바다 고수온 특보 71일간 이어져

지난달 27일 제주 서귀포시 문섬 앞 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수지맨드라미(연산호) 녹아내림 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지난달 27일 제주 서귀포시 문섬 앞 바다 속에서 포착된 큰수지맨드라미(연산호) 녹아내림 현상. 사진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이번 조사는 해양 시민 과학자 33명이 참여해 13회에 걸쳐 제주도 서귀포시 앞바다의 섶섬·문섬·범섬과 송악산 해역 등에서 진행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 해양 관련 시민단체가 함께 ‘제주 바다 고수온 대응 해양 생태 민관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바다에는 한국 해역에 서식 중인 산호충류 170여종 중 120여종이 이상이 서식한다.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 등 제주 남부 해역은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연산호 군락지가 있어 전 세계 수중생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