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엄계숙(가운데)씨의 생일에 남편 김석태씨와 13남매, 남매의 배우자와 손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5남8녀를 낳아 잘 길러낸 엄씨는 다양한 강연 활동 등을 통해 출산과 양육의 가치를 전파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10일 제19회 임산부의날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엄계숙씨 제공
5남 8녀 ‘다둥이 엄마’ 엄계숙(60ㆍ경북 구미시)씨의 말이다. 엄 씨는 다양한 강연 활동을 통해 출산과 양육의 가치를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10일 오후 열린 제19회 임산부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엄 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훈장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싶어 아직도 어리둥절하다”라면서도 “저희 부부가 많은 자녀를 선물 받았는데, 아이들이 잘 자라준 덕분에 이런 영광까지 안게 됐다”라고 말했다.
엄 씨는 목사인 남편 김석태(65) 씨와 1986년 결혼했다. 이후 막내가 태어난 2007년까지 1~3살 터울로 남매를 낳아 길렀다. 부부는 지난 2011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사랑해 행복해 고마워』(생명의 말씀)을 냈다. 엄 씨는 책에서 “3640일, 내 몸에 다른 생명을 품고 살았던 날들이다. 열 달 내내 입덧을 했는데, 입덧이 뭔지도 몰랐다는 엄마들이 제일 부러웠다. 낳아도 낳아도 진통에 익숙해지지 않은지, 열셋째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감사하다. 나에게 건강을 허락하고 열세명의 아이를 맡겨주셔서”라고 임신 기간을 회고했다. 엄 씨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행복했고, 자라는 과정을 바라볼 때 매 순간 행복했다. 이제는 어엿하게 다 자란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첫째인 빛나(37) 씨를 비롯 9명의 자녀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돼 사회에 진출했다. 2명은 현재 대학생이며, 2명은 고등학생이다. 둘째와 셋째는 이미 결혼을 했고, 벌써 손자도 셋이나 생겼다.
13남매를 기르다 보니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다섯째가 18개월 무렵에 집 앞 도랑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엄 씨는 “아이가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다들 안된다고 했는데 인공호흡을 계속한 끝에 간신히 살려냈다. 아이가 물을 토해내고 의식을 찾는 순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양육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엄 씨 부부는 공부만 강조하기보다는 아이의 재능을 살려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공부에 관심 있으면 공부할 수 있게 밀어주고, 미술ㆍ음악ㆍ체육에 재능을 보이면 그걸 키워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찾아 대학에 가고 직장을 얻었다고 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왼쪽)이 10일 엄계숙 씨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이날 엄 씨 외에도 13남매를 출산해 양육한 이영미(59) 씨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이 씨는 배우 남보라 씨의 어머니다. 출산장려협회, 학부모네트워크에서 활동했고,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회단체를 조직해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지역 특색에 맞는 임신ㆍ출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경상북도, 간호사로서 산전ㆍ조기 아동기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김은영 서울대 산학협력단 선임연구원, 영유아 문화원을 설립하고 어린이집 설립을 지원하는 등 활발하게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텔레비전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