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숨통 트일까…"금리 인하, 연평균 이자 21만원 줄어들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던 대출자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통상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줄어 결국 대출 금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분석 자료를 통해 한은의 이번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대출금리는 누적 0.14%포인트, 기업 대출금리는 누적 0.1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협은 대출금리 하락이 기준금리 인하 직후 바로 나타나기보다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하락 효과는 누적 총합으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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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가계 2조5000억원, 기업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경협은 “가구당 이자 상환 부담액이 연평균 21만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의 금리인하 보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금리 인하가 최근 주춤했던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어서다. 이자 부담 규모가 이미 커진만큼 가계나 기업의 주머니 사정이 바로 나아지긴 어려울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당분간 없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며 “한국은 금리를 3%포인트 올렸는데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경협도 “기업들의 경우 이번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자 부담액 규모가 워낙 큰 상황”이라며 “재무·자금사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2014∼2021년 30조∼40조원대에 머물렀으나,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 고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에는 93조8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려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수준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수요 억제로 돌아선 만큼 가산금리 인상과 같은 대출 옥죄기 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이런 인위적 대출수요 관리에 한계가 올 수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8월 9조3000억원에 비하면 3조60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달 금융권 총 가계대출 증가 폭도 5조2000억원으로 8월(9조7000억원)에 비해 4조원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