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권 "용산, 한동훈이 한번 더 독대 요청하길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대통령실은 부글댔지만, 침묵했다. 16일 재·보궐선거 선거 뒤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협의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부산 금정구청장 유세 현장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 어떠한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무반응의 이유로 재·보궐선거를 꼽았다. 특히 여당의 텃밭이라 불려온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 대표의 발언에 대통령실이 반발해 충돌이 일고, 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책임이 한 대표가 아닌 대통령실을 향할 수 있다는 걱정도 용산 내에서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16일 선거까진 한 대표와 절대 충돌하지 않을 생각이다. 모두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반응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의 발언은 여권의 기존 문법과 한참 거리가 있다”며 불편해 했다. 공개 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한 한 대표의 의견 표출 방식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친한계가 소위 '한남동 라인'으로 겨냥하고 있는 대통령실 내 인사들은 억울함을 표하거나, 아예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 성과가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발언에 모두 묻혔다는 점도 용산이 불쾌해하는 지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노포역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노포역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경우에 따라선 실현이 유력시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재·보궐 독대까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온다. 한 대표가 연일 제기하고 있는 김 여사 관련 이슈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온 이른바 '레드라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사과를 언급하자 참모를 통해 한 대표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재보궐 선거 뒤 독대를 하겠다’고 했고 아직 그 점에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제는 말할 것도 없고, 독대의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기본적인 협의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디테일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 이슈를 둘러싼 감정 대립이 격화될 경우 독대 성사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여권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용산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한번 더 독대를 요청하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강공에 밀려 할 수 없이 독대에 응하는 모습은 곤란한 만큼 이미 두 차례 독대를 요청했던 한 대표가 재차 독대를 요청해주기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위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위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대가 예정대로 성사되더라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한 대표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받아들여야 할지가 대통령실의 고민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독대한다면, 성과도 따라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갈등만 더욱 도드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느니만 못한 독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