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경쟁 관계였지만, 자율주행·친환경차로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하면서 불확실성에 함께 대비할 파트너십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 변화가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현대차-GM, 토요타-BMW 연합군 출격
현대차는 지난 4일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차량 플랫폼을 공급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전개해, IT·SW업계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밖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27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서 협력할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미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왔지만, 공개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동시에 토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왔던 독일 BMW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비롯해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지난달 발표했다. 토요타는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BMW가 수소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日 혼다‧닛산‧미쓰비시 삼각동맹
닛산·미쓰비시는 프랑스 르노가 설립한 전기차브랜드 암페어에 출자하기로 하며 3각 동맹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1999년 시작된 3사 협력은 르노의 닛산 합병 시도와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구속사태 등으로 그동안 소원해졌었다.
초격차 유지 어렵고, 中견제 속내도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율주행 국제표준 패러다임 변화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국제표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자율주행 시스템 설계 원칙, 평가·검증 플랫폼, 테스트 전략 등을 짜기 위해 관련업계가 손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적이었더라도, 이젠 좋은 기술을 공동 개발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성비 좋은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중국의 질주를 저지하려면 ‘연합군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EV탱크’ 통계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글로벌 신에너지차(친환경차) 판매 점유율이 6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가 올해 비야디(BYD) 등 9개 기업에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레벨4(특정 구간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도로 테스트를 승인하며 관련 기술 기업들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