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현대차-GM, 토요타-BMW '연합군' 만든 까닭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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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에게 언제 공격 당할지 모르지만,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적과의 동침’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경쟁 관계였지만, 자율주행·친환경차로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하면서 불확실성에 함께 대비할 파트너십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 변화가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현대차-GM, 토요타-BMW 연합군 출격  

완성차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동침’에 나서는 회사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차·상용차 공동 개발·생산,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 협력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 맺었다. 글로벌 판매량 기준 3위(현대차)·6위(GM)의 맞손은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차·상용차 공동 개발·생산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차·상용차 공동 개발·생산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4일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차량 플랫폼을 공급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전개해, IT·SW업계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밖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27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서 협력할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미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왔지만, 공개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동시에 토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왔던 독일 BMW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비롯해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지난달 발표했다. 토요타는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BMW가 수소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 현대차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日 혼다‧닛산‧미쓰비시 삼각동맹

일본 차들도 연합군으로 뭉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올해 3월 혼다와 닛산이 협력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8월 닛산이 대주주인 미쓰비시도 이 연합에 합류키로 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 플랫폼을 양산하고,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구동 시스템 규격 통일 등에 협력한다. 일본 내에서 글로벌 판매 1위 기업인 토요타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닛산·미쓰비시는 프랑스 르노가 설립한 전기차브랜드 암페어에 출자하기로 하며 3각 동맹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1999년 시작된 3사 협력은 르노의 닛산 합병 시도와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 구속사태 등으로 그동안 소원해졌었다. 

지난 8월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 대표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 대표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FP=연합뉴스

 

초격차 유지 어렵고, 中견제 속내도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이 손잡는 이유는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한 회사가 독자 기술을 개발하면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토요타가 독자적 하이브리드 기술로 세계 1위에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친환경차 기술 등은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개발에 성공해도 각국의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율주행 국제표준 패러다임 변화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국제표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자율주행 시스템 설계 원칙, 평가·검증 플랫폼, 테스트 전략 등을 짜기 위해 관련업계가 손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적이었더라도, 이젠 좋은 기술을 공동 개발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성비 좋은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중국의 질주를 저지하려면 ‘연합군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EV탱크’ 통계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글로벌 신에너지차(친환경차) 판매 점유율이 6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가 올해 비야디(BYD) 등 9개 기업에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레벨4(특정 구간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도로 테스트를 승인하며 관련 기술 기업들을 키우고 있다. 

“동종은 물론, 이종업계까지 협력 확대”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변동성이 큰 만큼 앞으로는 이종업계를 포괄하는 전방위적 협력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우명호 고려대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완성차 회사들이 판매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하는 관계이지만,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원이 들어가는 2030년 이후 미래사업에서 협력을 늘리고 있다”라며 “이들이 미래연료 배터리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센서, 플랫폼 운영체제(OS) 등의 개발에 협력하고 지적재산권(IP)을 공유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확대하는 데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