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4일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만 25세~49세 국민 259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 중 미혼남녀들은 '결혼을 지금 하고 싶다'거나 '언젠가 하고 싶다',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중이 남성 72.9%, 여성 55.7%였다.
앞선 조사였던 지난 3월에 비해 남성은 큰 차이가 없지만 여성이 7.5%포인트 올랐다. 특히 30~39세 여성의 결혼 의향이 60%로 직전 대비 11.6%포인트 증가해 변화가 가장 컸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에 긍정 답변을 내놓은 비율도 남녀 모두 증가했다. 긍정 수치가 가장 낮은 25~29세 여성들도 직전 조사보다는 13.7%포인트가 오른 48.1%를 기록해 전 연령대 통틀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현재 자녀가 없는 남녀(기혼 포함)도 '낳을 생각이 있다'가 5.1%포인트 높아지고, '낳지 않을 것'이 4.9%포인트 낮아지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출산 의향이 높아졌는데, 25~29세 여성, 30~39세 여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이를 갖고 싶은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신호는 맞지만 더 두고 봐야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20∼30대를 인터뷰해 보면 결혼과 출산을 꼭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변화를 느끼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커플 매칭 사업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는데 최근에는 호의적인 반응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 교수도 "젊은 층일수록 주변 분위기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생각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단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출생률이 예상보다 더 치고 올라갈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비교군이 6개월 전 진행된 조사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중대사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설문조사는 표본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 결과를 의미 있는 변화로 이해하려면 지난 6개월간 왜 생각이 바뀔 수 있었는지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이제 이뤄지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7월 출생률 증가는 코로나 효과로 반짝 반등한 것일 수 있다"며 "작년보다 출생아가 1500명 늘어났다고 해서 출생률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눈치 보지 않는 육아 지원제도 사용 여건'을 가장 많이(88.1%) 언급했다. '필요시 휴가·휴직 사용', '소득 걱정 없이 휴가·휴직 사용'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저출생 대책도 '육아 지원제도 사용 여건'으로 일과 가정 양립이 최우선순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