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콜레오스는 그간 수출물량으로 버텨왔던 르노코리아가 XM3 이후 4년 만에 출시한 신차다. 차량 스펙만 봐도 르노코리아가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중형 SUV’급을 택했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자유로운 하이브리드차로 출시했다.
사실 출시 전 악재가 많았다. 그랑 콜레오스는 볼보가 개발한 CMA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된 모델인데, 중국 지리자동차의 '싱유에 L' 모델도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유사하다. 그래서 그랑 콜레오스가 '싱유에L 택갈이' 모델이라는 말이 나왔다. 신차가 홍보 과정에서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출시 초반 인기로 각종 악재를 넘어선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그랑 콜레오스(E-Tech 하이브리드)’를 몰고 서울~경기 남양주 등 총 230㎞ 구간을 직접 운전해봤다.
외관과 실내 공간은 ‘거대하다’는 이름(그랑·Grand) 뜻에 걸맞게 넉넉했다. 휠베이스(축거)가 2820㎜인데, 뒷좌석은 키 180㎝가 넘는 성인도 무릎을 절반 정도 펼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1열에 3개가 배치된 12.3인치 스크린이다. 운전석·중간·조수석 각각의 디스플레이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조수석 스크린은 ‘사생활 보호필름’을 붙인 것처럼 운전석에서 볼 수 없도록 한 것도 눈에 띄었다. 디스플레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구성은 다소 복잡했지만, 음성 인식기능의 인식률이 높았다.
차량 주행 중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오토홀드(차량을 정지할 경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정지상태가 유지)가 작동되는 것도 편리했다. 다만 변속기는 과거 기어봉을 차용한 전자식 플로어 체인지였다. 변속 내용이 운전자 스크린에서만 표시돼 직관적이지 않았고, 기어봉은 다이얼식·버튼식과 비교해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단기술이라고 소개된 몇몇 기능은 한국 도로 상황에서 다소 아쉬웠다. 레벨2(부분 자동화) 수준의 자율 주행 보조 기술이라고 소개된 ‘액티브 드라이브 어시스트’가 대표적이다. 기능을 작동시키고 주행할 때 앞차와 차간거리 감축이 잘 안 됐는데, 다른 차들이 그 틈으로 끼어들기 일쑤였다. 자동으로 속도가 붙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렸고 코너링은 다소 거칠었다.
‘도로 표지판 인식 속도 경보’ 기능도 아쉬웠다. 내비게이션은 통상 과속카메라 단속구간에서 과속할 경우에만 경고음을 울리는데, 이 기능은 도로 규정 속도에서 시속 3㎞ 이상 초과할 경우 경고음을 울린다. 도로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속도가 날 때가 있는데, 이 경보는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차량 설정에서 일시적으로 알림을 끌 수 있지만, 차량 시동을 껐다 켜면 되살아난다. 국내 운전자들이 선호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브리드차이지만 저속이든 고속이든 전기차를 모는 느낌이 들 만큼 ‘시원시원하게’ 앞으로 잘 나갔다. 도심에선 배터리 동력만을 활용한 주행이 대부분이었다. 주행 중 정숙성도 전기차만큼이나 뛰어났다.
‘오토 파킹 시스템’은 첨단기술의 편리함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능이었다. 주차할 공간을 알아서 찾아주고, 원하는 공간을 선택하면 차량이 핸들 조향과 속도를 알아서 조절해 주차해준다. 다만 기능 실행 중 주변에 차량이 진입하자 자동으로 차가 멈춰섰다.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총 230㎞ 거리를 운전한 뒤 연비는 1L당 12.4㎞로 나왔다. 복합 공인 연비인 1L당 15.7㎞보다는 조금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