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홍 시장이 먼저 열었다. 그는 지난 12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에 동조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의원 등을 싸잡아 레밍에 빗댔다. 인터뷰 시점은 국회 탄핵 표결 이틀 전이었다. 홍 시장은 ‘빠르면 주말(14일) 탄핵 될 수 있을 텐데’란 질문에 “탄핵 될 거다. 지금 한동훈과 레밍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잖으냐”라며 “탄핵 되면,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은 당을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인터뷰가 최근 보도되자 이번엔 유 전 의원이 ‘레밍 1호는 홍 시장’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23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대구시장하시는 분이 레밍이라고 하던데, (탄핵에 반대한) 그것이 레밍이고 그분이 레밍 1호”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잘못을 감싸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생각 등이 바뀌지 않으면, 당이 완전히 암흑기로 들어갈 거라면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레밍은 번식력이 상당하다.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난 상태서 우두머리를 줄줄이 따라가다 집단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 정치기반이 대구인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장미대선 때다.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 요구가 컸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홍 시장과 바른정당 후보였던 유 전 의원은 계속 삐걱거리다 각자 나섰다.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7·4 전당대회에서 홍 시장은 당 대표로, 유 전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하지만 친이명박계 대표주자였던 홍 시장과 친박근혜계를 대표했던 유 전 의원은 당 쇄신안을 놓고 건건이 날 선 대립을 보였다. 급기야 ‘홍 대표 체제’를 뒤흔들었다. 대표인 홍 시장은 사퇴를 거부하며 버텼으나, 유 전 의원을 필두로 한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면서 결국 홍 시장은 취임 4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