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지표인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보다 0.35달러(0.47%) 오른 74.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내리던 유가가 소폭 상승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관련 시설을 타격하지 않기로 했다는 미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하루 새 4.14% 급락하기도 했다. 유가가 다시 반등한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수장 야흐야 신와르 사망을 발표하며 중동 정세 악화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다. 최근 기름값은 중동발 이슈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과거보다 국제유가 상승 폭 줄어
앞서 중동전쟁에 따라 오일쇼크까지 불러일으키는 등 산유국의 전쟁은 석유 시장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였다. 2008~2009년 벌어진 1차 가자전쟁 당시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직전인 2008년 12월26일 배럴당 38.37달러에서 열흘 새 50.53달러(2009년1월6일)까지 치솟았다. 상승 폭으로 따지면 31.37%에 달한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산유국의 감산과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각각 1‧2차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2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인 지난 7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80.93달러까지 오른 게 최근 1달 새 최고치다. 이 기간 브렌트유 가격이 가장 내려갔던 건 지난달 26일로, 배럴당 71.6달러였다. 미사일 공습 등 전쟁이 격화된 모습을 보이더라도 상승 폭이 13%로, 2008년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미국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129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치고 전세계 1위 석유 생산 국가로 올랐다. 셰일 암석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은 석유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지위를 바꿨다. 중동 일부 지역의 공급 불안이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중국 경기둔화로 수요는 줄어
생산 여력에 있어서도 과거와 차이가 있다. OPEC+가 최근 2년간 감산을 진행한 만큼 추가 생산 여력이 하루 5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원유 공급이 중단된다고 해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으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