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장에서 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일대 공장 건물 30여 동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첫 신고를 접수한 지 약 7시간 18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 2분쯤 초기 진화를 마쳤다. 불은 오후 7시 45분쯤 모두 꺼졌다. 인명피해는 오후 8시 기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4분쯤 인천 서구 왕길동 소재 한 산업용 기계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처음 불이 난 곳은 약 300㎡(약 90평) 규모의 철골조 지상 1층짜리 건물로 조사됐다.
신고 접수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오전 9시 14분쯤 관할 소방서가 전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공장 건물로 불이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신모(54)씨는 “불이 났다고 전화가 와 피해가 걱정돼 달려왔다”며 “하마터면 주차돼 있던 내 차도 재가 될 뻔했다”라고 말했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공장과 거래를 맺고 있다는 A씨는 “공장이 ‘ㄱ’ 모양이라 불이 난 지 몰랐던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소방은 강한 바람으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 사고 장소 일대의 최대 풍속은 5m/s였다. 이에 소방은 이날 오전 11시 2분 인접 소방서 5~6곳을 추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소방장비 72대와 인력 193명을 투입했다. 소방헬기 5대도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일순간 불길이 주변 야산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에 큰 불로 번지진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불이 번지는 범위가 커졌다”라며 “인근 공장들이 샌드위치 패널인 가설 건축물로 불에 타기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58분 소방은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했고, 오후 4시 2분 초진을 선언했다.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소방당국엔 관련 신고 수십건이 잇따랐다. 인천 서구는 안전문자를 통해 “주변 주민들은 연기 흡입에 유의해달라”고 했다. 검은 연기는 인근 도시인 김포와 한강 너머 있는 고양과 파주, 서울 마포에서도 목격됐다.
자유로에서 운전하고 있던 목격자 40대 남성 김모씨는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인천 쪽에서 엄청나게 큰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포 인근에 있던 택시운전사 김모(60)씨는 “마치 폭발 사고가 일어난 현장처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서 당황했다”며 “창문을 잠깐 열었을 뿐인데 매캐한 연기가 들어올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관련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엑스‧옛 트위터)’의 이용자는 “맑은 하늘이 연기로 완전히 뒤덮였다”라고 했다.
불길에 휩싸인 사고 장소 인근 공장 건물은 뼈대만 남은 채 불에 탔다. 사고 현장 인근 제지업체 근무자 오모(69)씨는 “불에 탄 화장지, 생리대만 해도 10억원어치인데 납품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화장실 용품 제조 공장 직원 최모(54)씨도 “재고품과 기계가 모두 타 버려 공장이 한동안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생계를 어떻게 꾸릴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