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여사 불기소처분을 규탄한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7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에 반발하면서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결정 다음 날 “도둑을 지키라고 월급을 주면서 경비를 고용했더니, 경비들이 깨도둑이 돼 곳간을 털었다. 이제 주인이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장 탄핵이 가능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탄핵 소추안을 넘기는 건 민주당 의석 170석만으로 충분하다. 검사 탄핵 소추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기 때문이다. 총장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정 사상 최초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의견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왜 그럴까.
심우정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사유로 ‘직무유기’를 든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결정은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실상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 총장은 (검찰이) 김 여사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도록 역할을 해야 했고, 그걸 방기한 후과가 검찰의 불기소로 이어졌다.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면을 위해서는 단순히 법률 위반을 넘어, 국가 기강을 흔들 정도의 중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헌재는 탄핵 요건에 대해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2004헌나1)를 들고 있다. 지난해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 탄핵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안동완 검사의 결론(인용 4명·기각 5명)을 가른 것도 중대성 여부였다. 기각 의견을 낸 이종석·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국가공무원법의 위반은 인정된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불기소 결정을 법률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추미애 의원의 법무부 장관 시절(왼쪽),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총장 시절(오른쪽). 연합뉴스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심 총장의 직무 관련성 사이 연결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부터 지금까지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지시한 당사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추미애 현 민주당 의원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추 장관이 총장을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 놓고, 인제 와서 (민주당은) 총장에게 그 결정을 왜 못 막았냐고 한다”며 “완전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결재권자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 총장은 지휘권이 배제돼 있는데, (탄핵이) 어떤 이유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가 탄핵 결정이 어려운 ‘식물 상태’라는 점도 변수다. 총인원이 9명인 헌재는 현재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7일 임기가 끝난 국회 추천 몫 3명에 대한 임명이 안 돼서다. 탄핵을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이 인용해야 한다. 여섯 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도 가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인원도 채우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는 부담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헌재의 사정 때문에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최대한 국회 탄핵 결정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도 의심한다. 실제 탄핵보다 검찰 리더십의 공백 상태를 길게 연장시키는 게 민주당의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심 총장 탄핵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검찰에 사사건건 탄핵 카드를 꺼내는 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사를 탄핵하고,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정당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보복에 불과하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