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입구가 넓어지는 대신 마지막 당첨 관문은 낙타가 들어갈 바늘귀보다 더욱 협소해질 것 같다.
저축·부금·예금 등 청약조건 구분 없애
46년 전인 1978년 청약제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나뉘어 있던 청약통장별 청약자격 제한이 이달부터 없어졌다. 통장 전환을 통해 이제까지 신청할 수 없었던 주택에도 청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청약통장에는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종합저축 등 네 가지가 있다. 임대가 아닌 분양주택은 공공분양과 민영주택으로 나뉜다. 공공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건설하는 전용 85㎡ 이하 주택이고 나머지가 민영주택이다.
종합저축으로 바꿔도 효력 유지
공공분양 잔여공급 등 즉시 자격
공시5억 수도권 단독 무주택 간주
청약 경쟁률, 당첨가점 치솟을 듯
공공분양 잔여공급 등 즉시 자격
공시5억 수도권 단독 무주택 간주
청약 경쟁률, 당첨가점 치솟을 듯
저축은 공공분양에, 부금은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에, 예금은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 2015년 저축·부금·예금을 통합해 어느 주택에도 청약할 수 있는 ‘만능통장’인 종합저축이 생겼다. 이후 저축·부금·예금 가입을 할 수 없게 됐지만 기존 가입자 137만명의 통장은 아직 살아있다. 이들은 청약이 제한된 주택에 청약하려면 통장을 해지하고 종합저축에 가입해야 했다. 해지 전까지 쌓아둔 통장 가입 기간이나 청약저축액은 물거품이 됐다.
이달부터는 종합저축으로 갈아타더라도 기존 통장의 효력이 유지된다. 다만 청약 자격이 확대된 주택에 청약하는 경우에는 전환 시점부터 통장 가입 기간이나 저축액이 산정된다. 가입 기간 15년, 저축액 1800만원인 청약저축 통장을 가진 사람이 종합저축 전환 후 공공분양에 청약하면 기존 15년, 1800만원을 그대로 인정받지만 민영주택에선 가입 기간 ‘0’이다.
그래도 전환하는 게 낫다. 추가로 청약 기회를 갖게 되는 주택의 청약자격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6개월이면 공공분양·민영주택 특별공급(다자녀·신혼부부·신생아)에 청약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 1년이면 1순위 자격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만 2년이다.
지금 부금·예금 가입자가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당장 다음 달 나올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금토지구 공공분양을 두드려볼 수 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3억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또'다. 사전청약한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본청약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민영주택으로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서울 강남과 용산 일대 분양가상한제 단지들이 내년 이후에도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공공분양·민영주택 어디든 청약할 수 있는 '만능 열쇠'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세 9억' 단독주택도 무주택 간주
집을 소유하고 있어 쓸모없던 청약통장이 빛을 본다. 정부는 무주택 간주 범위를 전용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1억6000만원(지방 1억원) 이하인 주택에서 전용 85㎡ 이하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인 비아파트(단독·다세대·연립주택, 도시형생활주택 포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5억원이면 시세가 9억원가량이다. 이에 해당하는 주택이 전국적으로 150만 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다음 달 시행할 예정이다.
죽은 청약자격이 되살아난다. 이달부터 사전청약 당첨자가 기존 당첨을 포기하지 않고도 청약할 수 있다. 이전에는 재당첨 제한 규정에 따라 포기부터 해놓고 당첨이 불확실한 가운데 청약해야 했다. 이제 사전청약 당첨 포기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다른 주택에 청약해 당첨돼 사전청약 당첨자 지위를 상실하면 자연히 본청약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청약에 당첨되면서 상실된 청약통장 효력도 이달부터 복원된다. 당첨된 뒤 통장을 해지했다면 가입 은행에 방문해 부활시키면 된다.
1000대 1 넘어선 청약경쟁률
현 정부 들어 잇단 청약규제 완화로 청약 기회는 많아지지만 사실상 당첨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미 고공행진하고 있는 청약경쟁률이 더욱 하늘을 찌를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훨씬 저렴한 ‘로또’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3지구 재건축 단지(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의 일반공급 경쟁률이 1026대 1을 기록했다. 15일 서울 동작구 수방사 공공분양 경쟁률은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558대 1, 일반공급 1148대 1이었다.
현 정부에서 추첨제 확대 덕에 1주택자도 기회가 생겼지만 당첨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가점제와 무주택자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고 남는 적은 물량을 놓고 탈락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경쟁하기 때문이다.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 전용 59㎡A타입 일반공급 10가구에 1만9104명이 몰려 경쟁률이 1910대 1이었다. 하지만 1주택자가 당첨을 노릴 수 있는 물량은 가점제(4가구)와 무주택자 추첨(5가구) 물량을 제외한 1가구뿐이어서 실제 1주택자 추첨 경쟁률은 1만9095대1이다. 당분간 청약통장 전환자는 가점이 높지 않아 추첨제 경쟁자가 늘어나게 된다.
청약 문턱이 거의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닳아지면서 분양시장은 분양가만이 아니라 당첨도 운에 맡겨야 하는 ‘로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