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2일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혁신 추진 정책을 발표했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준공영제는 자치단체가 버스업체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국민 세금 수천억원을 지원하면서 서울시 재정 부담이 커졌고, 민간자본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공성이 훼손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론 다음 해 총수입·총비용을 예상해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바꾼다. 운수회사가 자발적으로 수입 증대나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윤종장 교통실장은 “재정 지원 방식 변경을 통해 각종 행정비용·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 사전확정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물론 현행법상 자산운용사가 버스회사를 인수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다만 서울시는 이들 운용사가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사모펀드가 공공을 물렁물렁하게 보고 (서울 버스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애써 눈감아왔다”며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결심 하에 (사모펀드가) 돈 벌 길을 차단, 감히 준공영제에서 돈 벌어가겠다는 발상을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 진입을 제한한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설립 2년 이상이 지나야 운수회사 인수가 가능하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와 협력해 연내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도 올가미를 죈다.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현금성 자산 1개월분 보유 의무화 등 규제를 도입한다.
알짜 자산 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이른바 ‘먹튀’ 방지책도 나온다. 예컨대 버스회사가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하면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는다. 윤종장 실장은 “사모펀드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차고지를 팔 때가 있는데, 차고지 매각 시 버스 면허를 박탈하면 인수의향이 있는 회사도 운수회사를 사들일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층 버스는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에 투입하고, 자율주행버스는 새벽·심야 시간대 청소·경비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고령 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에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을 투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서울시가 발표한 개선 방안에 동의한다”며 “이번 기회에 시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노선 개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누구나 5분 이내에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