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시민이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1~8호선 상당수 지하 역사(驛舍)에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하루 측정했을 때 기준치가 1㎥당 50 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면 안 된다. 서울지하철 공기질이 유독 나쁜 것은 노후화한 환기설비 탓인데, 이를 바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환기설비 관련 납품 비리도 잇따르고 있다.
김위상(비례대표)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서울교통공사에서 받은 ‘지하철 역사 공기질’(지난해 8월~올해 7월)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50개 역 중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높을 때 기준치를 초과하는 역은 237곳(94.8%)이었다. 연평균으로 따졌을 때 기준치를 초과한 역도 29곳(11.6%)이었다. 초미세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심혈관·호흡기계 질환 등을 일으킨다.
1974년에 개통한 1호선은 지하역사 10곳 중 8곳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호선 종각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의 3배 가까이 되는 연평균 142.1 ㎍/㎥에 달했다. 일평균 최고치가 273㎍/㎥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예보를 좋음ㆍ보통ㆍ나쁨ㆍ매우나쁨 단계로 발표하고 있는데, 종각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76㎍/㎥ 이상)’ 보다 약 2~4배에 달했다. 이어 1호선 종로5가(연평균 91.5㎍/㎥), 동대문(81.2㎍/㎥)역 공기질도 매우 나빴다.
지난 6월 한국환경공단이 전국 17개 철도를 대상으로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시설 기초 조사’를 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질이 좋지 못해 중점관리해야 하는 역사 62곳 모두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1~4호선이 49개(79%)였다. 한국환경공단 측은 “오래된 역사는 전면적인 리모델링과 개선이 요구된다”며 “노후 환기 설비를 교체하거나 개량하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정비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하역사 환기설비 교체를 위해 쓴 예산은 2020년 177억8800만원이었지만, 올해 66억원에 그쳤다.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국비와 시비, 서울교통공사 예산을 합해서 추진한다. 김위상 의원은 “개선 사업 현황을 보면 한 해에 4개 역사 정도만 환기설비를 개선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시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기설비 교체 공사를 둘러싼 납품 비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서울 교통공사 임직원 2명이 ‘역사 환기설비 시스템 개량사업’ 관련, 임의로 다른 업체를 채택하기 위해 성능이 더 뛰어난 필터를 제외하는 등 업무를 지연시켜 감봉 1개월 등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서울교통공사 임직원이 역사 환기설비 개량사업 등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며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따라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