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24일 열린 이 만남에는 남녀 20명씩 노인들이 참가했다. 종로구청과 관내 노인종합복지관에서 65세 이상 독신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행사는 별명 자기소개·자유 대화·레크리에이션·매칭 등 청년들의 미팅과 다를 바 없는 순서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본명 대신 자신이 정한 별명을 목에 걸고 인사를 나눴다. 남성들은 '황인범(축구선수)', '배호(트로트 가수)' 등 유명인부터 '타는 불', '백곰'처럼 열정을 부각한 별명이 눈에 띄었다. 여성 참가자들은 '무궁화', '목련', '장미' 등 꽃 이름이 강세였다.
참가자들은 오랜만의 설렘에 긴장감을 드러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별명을 '똥개'로 고른 남성 참가자(74)는 "바들바들 떨린다"고 했고 '코스모스' 여성 참가자(82)는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어디 복지관에 다니시냐", "지금껏 고생했으니 이제 우리 즐겁게 살자" 등 적적한 노년을 충만하게 채우려는 대화가 오고 갔다.
종로구는 고령인구 수 대비 독거노인 비율이 38.9%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종로구 측은 "어르신들이 사회 관계를 새로 맺어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고령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4명 중 1명은 혼자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65세 이상 174만3000여명 중 홀로 사는 이가 약 45만명에 달한 것이다. 2019년 34만여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0만명 넘게 급증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