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복지관 다니셔요?"… 65세 이상 어르신판 '나는솔로'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65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별명이 '배호'와 '무뚝뚝'인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65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별명이 '배호'와 '무뚝뚝'인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깊어가는 가을, 홀로 적적한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할 친구를 찾으러 서울 도심 고궁에 모였다. 이 행사의 홍보물에는 '당당한 실버 싱글들의 황금빛 프로포즈'라는 문구가 적혔다.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24일 열린 이 만남에는 남녀 20명씩 노인들이 참가했다. 종로구청과 관내 노인종합복지관에서 65세 이상 독신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행사는 별명 자기소개·자유 대화·레크리에이션·매칭 등 청년들의 미팅과 다를 바 없는 순서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본명 대신 자신이 정한 별명을 목에 걸고 인사를 나눴다. 남성들은 '황인범(축구선수)', '배호(트로트 가수)' 등 유명인부터 '타는 불', '백곰'처럼 열정을 부각한 별명이 눈에 띄었다. 여성 참가자들은 '무궁화', '목련', '장미' 등 꽃 이름이 강세였다.

참가자들은 오랜만의 설렘에 긴장감을 드러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별명을 '똥개'로 고른 남성 참가자(74)는 "바들바들 떨린다"고 했고 '코스모스' 여성 참가자(82)는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아이스브레이킹부터 각종 게임 시간까지 여느 미팅과 다를 것 없이 진행됐다. 뉴스1

종로구청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아이스브레이킹부터 각종 게임 시간까지 여느 미팅과 다를 것 없이 진행됐다. 뉴스1

흥에 겨워 댄스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전문 사회자가 흥을 돋우자 남녀 할 것 없이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울리며 춤을 췄다. 특히 별명이 '무뚝뚝'인 여성 참가자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먼저 춤을 춰 큰 웃음을 줬다.


이날 행사장에선 "어디 복지관에 다니시냐", "지금껏 고생했으니 이제 우리 즐겁게 살자" 등 적적한 노년을 충만하게 채우려는 대화가 오고 갔다.

종로구는 고령인구 수 대비 독거노인 비율이 38.9%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종로구 측은 "어르신들이 사회 관계를 새로 맺어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고령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4명 중 1명은 혼자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65세 이상 174만3000여명 중 홀로 사는 이가 약 45만명에 달한 것이다. 2019년 34만여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0만명 넘게 급증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