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우리, 2연속 챔피언 도전"...한일 합작 우승 도전 김단비-나츠키

위기를 딛고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나츠키(왼쪽)와 김단비. 강정현 기자

위기를 딛고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나츠키(왼쪽)와 김단비. 강정현 기자

"위기에 강해야 진짜 강자죠. 우리는 다시 한번 해낼 겁니다." 

여자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의 스타 포워드 김단비(34)와 신입 가드 스나가와 나츠키(29·일본)는 비장한 표정으로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27일 하나은행과 KB의 대결로 막을 올리는 2024~25시즌 정규리그는 내년 2월까지 팀당 30경기(6라운드)로 치러진다. 마지막 담금질 중이던 김단비와 나츠키를 지난 23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 대부분이 떠났다. 김단비(오른쪽)만 남았고, 나츠키가 새로 합류했다. 강정현 기자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 대부분이 떠났다. 김단비(오른쪽)만 남았고, 나츠키가 새로 합류했다. 강정현 기자

두 선수의 얼굴에 챔피언의 여유 대신 긴장감이 묻어난 이유는 지난 시즌 우승 멤버 대부분이 비시즌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 챔피언전 우승 8회,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 3회를 일군 포워드 박혜진은 BN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가드 박지현은 뉴질랜드 리그 토코마나와 퀸스에 입단했다. 포워드 최이샘과 가드 나윤정도 각각 신한은행과 KB로 옮겼다. 

지난 시즌 챔피언전 MVP 김단비만 유일하게 팀에 남았다. 전문가들은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됐다"고 분석했다. 6개 구단 선수들과 미디어 관계자들은 각각 BNK와 삼성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전력 누수가 큰 우리은행은 우승 경쟁을 펼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김단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우승 선수들은 대거 팀을 떠났지만, 우리은행이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 팀이 절대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하도록 코트에서 사력을 다해 뛰겠다. 챔피언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나츠키(왼쪽)가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면 김단비가 마무리하는 게 우리은행의 공격 루트다. 강정현 기자

나츠키(왼쪽)가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면 김단비가 마무리하는 게 우리은행의 공격 루트다. 강정현 기자

김단비는 혼자 힘으로도 팀 승리를 이끌만한 실력을 갖췄다. 그는 지난 시즌 평균 득점 2위(18.4점), 어시스트 4위(5개), 리바운드 5위(9개), 스틸 3위(1.7개), 블록 3위(1.2개) 등 공·수 전 부문에서 5위 안에 들고 챔피언전 MVP도 받는 윈맨쇼를 펼쳤다. 다행히 김단비는 혼자가 아니다. 새 시즌부터 아시아 쿼터 제도가 신설되면서 우리은행은 일본 리그 아이신 윙즈에서 뛰던 나츠키를 지난 8월 영입했다. 키 1m62㎝의 단신인 나츠키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주 무기다.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상대 마크를 따돌리고 순간적으로 골 밑으로 파고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유형의 가드다. 일본 명문 와세다대 출신답게 농구 지능까지 뛰어나다. 그의 플레이가 소셜미디어(SNS) 통해 퍼지면서 팬들은 '갓츠키'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단비는 "나츠키라면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다. 우리 팀과 한국 농구에 적응이 끝나면 지금보다 멋진 콤비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생활 3개월 차 나츠키는 한국어 독학을 통해 벌써 선수들과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김단비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은 돌아가며 나츠키에게 한국 음식 체험을 시켜주며 적응 돕고 있다. 일본어를 하는 전주원 코치는 나츠키 전담 통역을 자처했다. 

김단비(왼쪽)는 후배 나츠키가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단비(왼쪽)는 후배 나츠키가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 덕분에 관건이던 위성우 감독의 '지옥훈련'에도 무사히 적응했다. 나츠키는 "입단 전부터 훈련이 무시무시하단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오전과 오후 각 3시간씩 이어진 감독님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직접 체험하곤 깜짝 놀랐다. 농구 선수인데 팔에서 쥐고 나고 다음 날 근육통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처음엔 감독님의 호통이 엄청 무서웠는데, 들어보면 부족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지적해주신 것이다. 감독님의 세심한 지도로 한국에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나츠키는 특히 김단비와 호흡이 좋다. 나츠키는 "(김)단비 언니를 보고 예뻐서 놀랐고 실력이 무시무시해서 한 번 더 놀랐다. 돌파하든 패스를 하든 단비 언니에게 내주면 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떠나 한국에 온 것도 도전을 원했기 때문이다. 단비 언니를 도와 우리은행의 2연패를 이끈다면 내 농구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단비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스포츠"라며 "올 시즌엔 한일 합작 역전드라마를 한번 써보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