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휠체어에서 바로 걷는다…카이스트 공개한 '로봇 다리'

24일 오전 대전 대덕구 사이배슬론 2024 아시아 허브 경기장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선수가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를 혼자의 힘으로 입고 일어선 모습. 사진 카이스트

24일 오전 대전 대덕구 사이배슬론 2024 아시아 허브 경기장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선수가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를 혼자의 힘으로 입고 일어선 모습. 사진 카이스트

"사고 이후 걷는 방법이 잘 생각이 안 났었는데, (로봇을) 입고 몇 걸음 걸으니 상체의 진동이 느껴지면서 ‘아, 내가 이렇게 걸었었구나’ 생각이 났어요. 비록 배꼽 밑으로는 감각이 없어도요."
 
교통사고로 하반신에 감각을 잃은 지 7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웨어러블(입는·wearable) 로봇과 한 몸이 된 채였다. 그동안 의지해온 지팡이(클러치)는 그저 거들뿐, 한 발씩 내디디며 걸어나갔다. 오는 27일 사이배슬론(사이보그 올림픽·장애인들이 로봇 등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활용해 겨루는 경기) 출전을 앞둔 김승환 선수는 “비장애인과 눈을 맞추며 걸을 수 있다니,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공경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24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사이배슬론 2024 아시아 허브에서 웨어러블 로봇 신제품 ‘워크온슈트 F1’(WalkON Suit F1) 시연회를 열었다. 워크온슈트는 공 교수팀이 2015년부터 연구해 온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공 교수는 2016년 첫 번째 버전인 워크온슈트1을 처음 발표한 이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왔다. 2020년 공개한 워크온슈트4는 보행속도를 비장애인의 보행 수준인 시속 3.2㎞까지 끌어올렸다. 

신제품 워크온슈트 F1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로봇을 입고 벗는 전체 과정을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만들었다. 공 교수는 “로봇을 입기만 하면 잘 걸을 수 있는데, 착용까지 많은 힘과 에너지가 든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로봇을 착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신념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동으로 입는 로봇, 어떻게 가능 

 
워크온슈트F1은 하반신 마비 상태인 착용자가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로봇을 바로 착용할 수 있게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착용 전 워크온슈트 F1는 마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스스로 걸어와 착용자 앞에 선다. 착용자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휠체어에서 본인의 발부터 로봇에 도킹(결합)한다. 이후 로봇이 전면부로 내려와서 착용자에 안기는 형태로 착용하게 된다. 착용 시 로봇을 잘못 밀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로봇이 무게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다른 기능들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를 공개하는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팀. (왼쪽부터) 공경철 교수, 김승환 선수(로봇 착용자), 박정수 연구원. 사진 카이스트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를 공개하는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팀. (왼쪽부터) 공경철 교수, 김승환 선수(로봇 착용자), 박정수 연구원. 사진 카이스트

 
워크온슈트 F1은 균형 제어 성능도 개선했다. 고급 모션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1초에 1000번 계산해 균형을 잡는다. 직립 상태에서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박정수 팀장은 “로봇 자체 무게 50㎏과 착용자의 몸무게 등을 계산하면 가반하중(로봇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이 최소 100㎏은 거뜬히 넘는다. 강력한 구동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핵심부품인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은 협력업체인 엔젤로보틱스와 협업해 전부 국산화했다.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의 주요 제원 및 기능. 사진 카이스트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의 주요 제원 및 기능. 사진 카이스트

   

상용화는 언제쯤

2020년 제2회 사이배슬론에서 금메달을 땄던 공 교수팀은 오는 27일 열리는 사이배슬론에 워크온슈트 F1을 입고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워크온슈트 F1의 상용화에 대해 “수요층이 있는지 또 사업적인 고리가 만들어지는지가 관건인데, 그 관점에서 일반 판매용보다 장애인들의 전문적인 스포츠 활동 등으로 풀어나가려 한다”며 “이미 재활 병원·가정 등에서 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은 널리 보급돼 사용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