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쇼핑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전국 13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이 복합쇼핑몰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이커머스의 공세에 맞설 오프라인의 대항마는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쇼핑몰이라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프리미엄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앞세워 오프라인 유통 판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지난 23일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전국 13곳에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열고 매년 6조6000억원 이상의 쇼핑몰 매출을 낼 것”이라며 “현재 1% 수준인 쇼핑몰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타임빌라스는 롯데가 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쇼핑몰이다. 타임빌라스는 ‘더 가까운 곳에’ ‘더 다양한 것을’ ‘더 품격있게’라는 3대 전략으로 기존 쇼핑몰과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도심 핵심 상권에 쇼핑·엔터테인먼트·숙박 등을 결합한 복합 시설을 여는 방식이다. 롯데는 인천·대구·전주 등 각 지역의 핵심 부지를 2010년 전후에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식음료·영화관·호텔 등 그룹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차별화된 콘텐트를 선보인단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공개한 타임빌라스 송도 조감도. 롯데백화점은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와 협업해 쇼핑몰과 리조트, 오피스텔이 결합한 복합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제공
독창적인 공간 설계도 타임빌라스의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은 미국의 현대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영국의 건축설계사 LDA 등과 협업해 타임빌라스 지점별 콘셉트를 다르게 해 각 지역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 공간은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쾌적하게 구성한다. 정 대표는 “좁은 복도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매장을 지나가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매장을 들어갈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개방된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24일 경기 수원에 타임빌라스의 첫 매장 타임빌라스 수원을 정식 오픈했다. 사진은 타임빌라스 수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24일 정식으로 문을 연 수원점을 시작으로 타임빌라스를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몰과 롯데백화점을 통합해 재단장한 타임빌라스 수원은 지난 5월 사전 오픈 이후 신규 고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하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상암, 인천 송도, 대구 수성, 전주에 타임빌라스 점포를 새로 내고 군산·부산·김해 등은 기존 매장을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이 쇼핑몰에 집중하는 건 이커머스에 맞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이라고 판단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유통기업 매출의 37.9%였던 이커머스의 매출 비중은 5년이 지난 지난해 49.5%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백화점·쇼핑몰들은 오프라인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해법을 찾았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 2021년 롯데백화점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 팝업 매장 등으로 인기를 끌며 매년 25%씩 성장을 이어왔다. 사진은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광장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잠실 롯데월드몰의 성공을 통해 확신을 얻은 면도 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롯데월드몰은 2021년 롯데백화점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 식음료(F&B)·팝업 매장으로 인기를 끌며 매년 25%씩 성장을 거듭했다. 정 대표는 “쇼핑몰은 체험형 매장 등에 적합해 젊은 소비자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공간”이라며 “향후 쇼핑몰은 매년 17%씩 성장해 2%인 백화점 성장률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스타필드’ ‘커넥트현대’를 앞세워 도심형 복합쇼핑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부지 개발에 드는 비용 문제와 콘텐트 차별화는 숙제로 손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업태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라며 “유명한 맛집과 볼거리를 갖추고 있는 쇼핑몰은 도심 속 관광지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개발비가 막대한 복합쇼핑몰은 입지와 콘텐트 경쟁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