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마찰에도 상처·수포' 희귀 피부질환, 국내서 치료법 찾아

RDEB 환자 대상 유전자 돌연변이 자연 복원 피부세포 자가이식 치료 과정 모식도. 자료 강남세브란스병원

RDEB 환자 대상 유전자 돌연변이 자연 복원 피부세포 자가이식 치료 과정 모식도. 자료 강남세브란스병원

국내 연구진이 작은 마찰에도 상처와 수포가 생기는 희귀 중증 피부 질환의 치료법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상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배상수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열성 이영양형수포성표피박리증(RDEB) 환자에게 자연적으로 회복된 자가 피부를 이식해 증상을 크게 개선했다고 25일 밝혔다.

RDEB는 유전자 결함으로 피부의 7형 콜라겐 형성이 원활하지 않아 피부·점막이 쉽게 손상되고, 만성적인 피부 상처를 안게 되는 질병이다. 이들 환자는 아물지 않는 피부 상처 때문에 반복적으로 2차 감염과 통증에 시달린다. 피부암으로 악화할 우려도 큰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뚜렷한 치료법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RDEB 환자 중 일부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피부 세포 일부가 정상적인 유전형으로 되돌아가는 자연복원 현상, 이른바 '리버턴트모자이시즘'(revertantmosaicism)을 겪는다. 환자의 피부 세포가 돌연변이를 통해 자체 교정된 셈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부위는 피부를 문질러도 수포·상처가 발생하지 않는 정상적인 외관을 보이게 된다.

이상은·배상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치료법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증 RDEB를 앓고 있는 30세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에 나섰다. 우선 환자의 팔에서 수포가 발생하지 않는 손바닥 크기의 정상 피부를 확인했다. 이 부위의 조직을 채취한 뒤, 심각한 만성 피부궤양을 앓고 있는 등 부위에 이식했다.


치료법 확인한 연구진.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치료법 확인한 연구진.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그 결과 치료 시행 2~6주 사이에 이식된 조직이 빠르게 재생됐다. 주변 피부까지 재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로 피부세포가 재생된 부위는 애초 이식한 부위의 최대 360%에 달했다. 이식 부위는 15개월 동안 상처·수포 등 재발 없이 유지됐고, 환자도 통증 감소와 삶의 질 개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RDEB 환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라면서 "돌연변이 자연복원이 일어난 세포는 자가 치료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향후 유전자 교정을 통한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피부과 학술지인 'JAMA Dermatology'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