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오전 10시 30분 경부터 선영에 도착해 약 40분간 고인을 추모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이건희 선대회장 추모음악회에서 만난 유족들은 하루 만에 추도식에서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특별한 절차 없이 헌화하고 절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올해는 가족 이외 재계인사의 방문은 없었다. 선대회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는 조화를 보냈다. 김 회장은 2022년에는 세 아들과 함께 선영에 직접 찾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는 조화를 보내는 것으로 추모했다.
사장단은 이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 있는 창조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추모를 마친 이재용 회장과 오찬을 가졌다. 이 회장은 매년 추도식에 참석한 뒤 사장단과 오찬을 해왔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경쟁력 약화 등으로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사장단을 향해 어떤 경영 메시지를 전달했는지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오찬은 약 한시간 가량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2년 전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추도식 후 사장단에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냈다.
전날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선대회장 4주기 추모 음악회에는 삼성 사장단 및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공연장 로비에는 이 선대회장의 생전 사진과 삼성 경영과 관련해 당부했던 메시지가 전시됐다. 2007년 이 선대회장이 “미래사회에는 손톱 크기의 반도체에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담아 휴대가 가능해지고, 인간의 두뇌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될 것”이라고 미래를 예측했던 발언 등이 소개됐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공간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음악회에 앞서 한종희 부회장, 전영현 부회장 등 6여명의 사장단과 별도로 식사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회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에 이어 무대에 올랐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인 고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1993년 ‘신경영 선언’ 등 경영 혁신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했다. 그는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병석에 있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