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솔로홈런 4방으로 4점을 뽑아 4-2로 이겼다. 광주 원정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수세에 몰렸던 삼성은 홈 첫 경기에서 값진 1승을 추가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두 팀은 26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삼성은 원태인, KIA는 제임스 네일을 선발 투수로 각각 예고했다. 1차전과 같은 리턴 매치다.
삼성 선발 대니 레예스는 7이닝 동안 공 107개를 던지면서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6과 3분의 2이닝 1자책점)과 4차전(7이닝 무실점)에 이어 올해 포스트시즌 3승째를 올리면서 삼성 가을야구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팀 홈런 1위(164개)인 삼성은 3회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성규가 1사 후 KIA 선발 투수 에릭 라우어의 한가운데로 높게 들어온 직구(시속 151㎞)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 이성규의 포스트시즌 개인 첫 홈런이자 0-0 균형을 깨는 선제 솔로포였다.
1-0 리드가 계속되던 5회엔 김영웅이 다시 홈런으로 삼성의 기세를 끌어 올렸다. 볼카운트 1볼에서 라우어의 바깥쪽 직구(시속 148㎞)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삼성은 KIA가 6회 1점을 뽑아 2-1로 추격하자 7회 연속 타자 홈런으로 더 멀리 달아났다. 김헌곤이 KIA 바뀐 투수 전상현의 초구 직구(시속 143㎞)를 걷어 올려 좌중간 솔로포를 쏘아올렸고, 다음 타자 박병호가 또 다시 전상현의 초구 슬라이더(시속 138㎞)를 공략해 우중간 펜스 밖으로 날려보냈다. 박병호가 한국시리즈 3경기 만에 때린 첫 안타였다.
김헌곤과 박병호의 연속타자 홈런은 한국시리즈 9호이자 포스트시즌 29번째 기록이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14개를 기록하게 돼 종전 최다 기록 보유자인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6년 개장한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에서 담장까지의 거리가 중앙 122.5m, 좌우 99.5m로 서울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외야 담장이 부채꼴 모양이 아닌 팔각형이라 좌중간·우중간까지의 거리가 다른 구장에 비해 짧다. 홈런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삼성은 정규시즌에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쳤고, 그중 72.5%에 달하는 119개를 홈 대구에서 만들어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3개, 2차전 5개의 홈런을 각각 터트려 2승을 쓸어 담았다. 라이온즈파크 첫 한국시리즈 경기였던 이날 역시 '홈런 군단'의 위용을 뽐내면서 시리즈 흐름을 바꿔놨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후 "(광주에서 침묵했던) 타선이 걱정이었는데, 대구에 와서 쳐줘야 할 선수들이 잘 쳐줘서 이길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가 더 재밌어질 것 같다"며 "선수들이 광주에선 위축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구에 오니 자기 스윙도 하고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박 감독은 또 "레예스가 정말 잘 던져서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줬다. 무조건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팀에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3차전을 이겨서 흐름이 반전됐다. 앞으로 이 흐름을 잘 유지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삼성 선발 레예스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5회나 6회 쯤엔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레예스가 플레이오프 때와는 완전 반대의 투구 패턴으로 승부했다. (대비하지 못해) 실수를 했고, 마지막 경기에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