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딸 이주영씨를 잃은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시민추모대회에서 “지난 2년의 삶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고통보다 훨씬 더 크고 아프게 다가왔다. 10월이 되면 언제라도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 속에 그리움만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면서 애써 눈물을 삼켰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과 이들을 위로하는 시민들은 흐느끼면서 참사의 아픔을 떠올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다소 쌀쌀해졌지만 시민추모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모였다. 보라색 재킷과 조끼를 입은 유족과 보라색 리본 모양의 풍선을 쥔 시민 등 광장은 보라색 물결로 가득 찼다.
이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증인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분들이다”며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유족들은 이날 오후 1시59분께 참사가 발생한 현장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 등 4대 종단과 기도회를 열었다. 이어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서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 서울역, 중구 이태원참사 특조위 건물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1∼2개의 차로를 이용해 약 8㎞를 행진했다.
한편,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다만 보행이 어렵거나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인파가 모이지는 않았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이태원 관광특구 인근의 인구 혼잡도는 ‘약간 붐빔’(1만4000∼1만6000명)이었다.
일부 가게들은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등을 밝히고 천장에 박쥐나 유령 장식 등을 늘어뜨려 분위기를 냈다. 몇몇 시민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하거나 동물 머리띠를 썼으나 핼러윈 복장을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2년 전 참사가 일어난 골목 한편에는 와인과 음료 등 먹을거리와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유독 이 골목은 오가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찰은 이번 주말 홍대·이태원·강남·건대·명동 등에 경찰관 3012명을 배치했다. 오는 31일까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15개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관리를 실시한다. 서울시도 오는 27일까지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점 관리지역 8곳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하고, 다음 달 3일까지 ‘핼러윈 중점 안전관리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