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최근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는 온라인 강좌도 개설했다. 지난 13일 베이징의 촨메이(傳媒)대학에선 대표 저자인 판웨(潘岳·64) 국가민족사무위 주임이 참석한 가운데 강좌 사이트 개설 기념식도 열렸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겸하는 판 주임은 기념식에서 "교실에서 화면으로, 캠퍼스에서 사회로 전파해 독자층과 매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가민족사무위는 중국의 소수민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산하 기관으로 그간 중국 내 모든 민족의 동질성을 내세우는 사업을 강화해왔다.
특히 중화민족공동체 논리는 지난 2008년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승려 소요사태, 2009년 7월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유혈 충돌 등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번 책 발간과 온라인 강의 진행도 '고대부터 중국은 하나'라는 논리로 중국 내 민족 분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발간된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일보가 입수해 살펴본 결과 개론엔 “동북 방향에는 앞뒤로 고구려와 발해국 등 변방(邊疆) 정권이 존재했다”는 서술이 나온다. 2004년 동북공정 단계에서 고구려사를 ‘소수민족의 지방 정권’으로 서술했던 것과 달리 소수민족이란 표현도 삭제했다.
이와 관련, 고구려사 전문가인 임기환 서울교대 명예교수는 "동북공정의 영토론을 넘어 문명론으로 진화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동북공정에선 서기 427년 고구려가 수도를 국내성(현재 중국 지안)에서 평양으로 천도한 것을 기준으로 중국사와 한국사로 구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단일한 문명'이라며 전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켜려고 한다는 해석이다.
임 교수는 또 "고구려의 중국식 제도 및 한자 사용을 강조하면서 '중화문명이 수용됐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책에선 “한자는 고구려인의 통용 문자로, 현존하는 ‘호태왕비(광개토대왕비)’ 등은 모두 한자로 씌어있다”, “고려(고구려), 백제, 신라, 고창, 토번 등 여러 나라의 추장이 자제를 보내 국학에 입학을 요청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9년 중학교 세계사 교과서 심의본에서 “고려는 당시 중국 동북 변방의 민족 정권이다. 본래 고구려로 칭했다. 고려 명칭은 남북조시기에 시작했다”고 기술했다. 당시 이를 사전에 파악한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 외교부 등의 항의로 이 내용은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론은 '민족 정권'이란 표현을 빼고 ‘변방 정권’으로 표기했다. 이같은 고구려 서술은 지난 2022년 중국 국가박물관 한·중·일 청동기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한 한국사 연표를 게재했다가 중앙일보 보도(2022년 9월 12일자 12면) 이후 철거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개론 보급은 중국 내 '민족단결'을 강조하는 법 제정 등에 힘입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7월에 열린 당 20기 3중전회에선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을 제정하고,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립하는 제도와 메커니즘을 완성해, 중화민족의 응집력을 증강한다”며 관련 법제의 등장을 예고했다.
윤휘탁 한경국립대 교수는 “중국은 동북공정 이후 20년 동안 ‘중화민족공동체’를 넘어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라는 21세기판 중화사상 이론을 만들어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며 “한국 학계의 고대사 이론화와 우리 역사 교육의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