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인기가 치솟으면서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 좌석은 모두 팔렸다. 경찰은 암표 매매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웃돈을 얹은 티켓 판매 글이 매일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28일 “한국시리즈 티켓과 관련한 불법 행위 4건을 적발하거나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암표를 판매한다”고 속인 뒤 돈을 받고 잠적한 이른바 ‘먹튀’ 사례는 160건으로 집계됐다.

“5만원이면 입장 가능하다”
경찰은 최근 프로야구 관계자를 사칭해 관람객 1인당 5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6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지난 21일 오후 5시40분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출입구 앞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람객에게 1명당 5만원을 받고 경기장에 출입시켰다.

조사 결과 A씨는 박람회 등 다른 행사에 사용된 출입증을 목에 걸고 프로야구 관계자 행세를 하며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에게 접근했다. "좌석은 없지만, 경기장에 들어가서 관람은 가능하다"고 속였다고 한다. A씨는 암표 단속을 위해 잠복 중이던 경찰관을 경기장에 입장시켰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같은 날 오후 경기장 인근에선 3만5000원짜리 입장권을 15만원에 판매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40대 B씨가 적발돼 범칙금 16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암표 매매는 경범죄로 2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경찰은 매크로(자동입력) 프로그램을 사용해 입장권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판매한 행위 2건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공연법 제4조의 2항(입장권 등의 부정판매 금지 등)은 매크로를 사용해 예매한 입장권을 웃돈 주고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올해 스포츠 암표만 7만건 이상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도 불법 티켓 판매가 기승을 부린다. 한 30대 티켓구매자는 지난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 4장을 24만원에 구매했는데, 판매자로부터 티켓을 받지 못했다”며 광주 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지난 7~9월에는 “프로야구 입장권을 판매한다”며 피해자 7명으로부터 800여만원을 가로챈 20대 2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현행법상 현장 암표 거래만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경범죄로 분류돼 소액의 벌금만 부과된다. 반면 온라인 판매 행위는 처벌할 규정이 없어 불법 판매 또는 ‘먹튀’ 사기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암표도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처벌이 가능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먹튀’ 피해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암표 처벌 수위 높인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스포츠 암표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원 이하’ 처벌 규정을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강화하는 게 골자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은 암표 판매 행위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