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민생·공통 공약 추진협의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만난 ‘2+2’ 형태다. 회의에선 “민생에는 색깔, 여야, 진보·보수가 없다”(배준영), “정치가 상호 투쟁, 정쟁의 장이 되면 안 된다”(박성준)며 출범을 알렸다.
여야 민생·공통 공약 추진협의회는 지난달 1일 여야 대표가 만나 합의한 결과물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시 회담 후 8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 발표문에서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 기구를 통해 ▶반도체·AI(인공지능) 산업 활성화 ▶국가 기간전력망 지원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저출생 고령화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의에 앞서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민을 위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해야 될 때”라며 “가능하면 연금 기구도 같이 합의하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공동 규탄 결의안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진 정책위의장은 “앞으로도 여야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현안이 많을 것이지만 민생 공약과 정책에 대해선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반드시 처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개정, 쌀값 및 농산물 가격안정 입법 대책,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법개정 등도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한동훈-이재명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집권 여당 수장으로서 민생 위기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민생 정책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민생정당, 실용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11월에 두 사건의 1심 선고(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를 앞두고 민생과 소통 강화를 부각하려 애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당시 공통 공약은 물론이고, 민생을 위한 과감한 재정 대책도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필요하다면 여야 대표들의 대화 정례화도 검토해보자”고 밝혔다.
각 당은 이번 주 중에 중점 처리 법안 20~30개를 추린 후, 다음 달 4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29일 당정 협의를 통해 법안 목록을 정하고, 민주당과 이를 맞교환해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 간 협의한 법안은 빠르면 11월 14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다.
다만, 여야 간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협의체의 실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데, 민주당 입장에선 카운터파트너가 두 명 아니냐”며 “협의체에서 결정된 게 실현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막무가내로 특검법을 들이밀고 있는 민주당이 이를 멈추고, 여야 간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