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원 할인에…“학원비도 드립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는 최근 전남 장성군에 분양한 아파트 계약자를 대상으로 에르메스·샤넬·디올·구찌 등 명품 가방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거 가전제품·생활용품 등을 제공했던 아파트 입주 경품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명품백으로 고급화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3월 청약 당시 총 175가구 중 62가구만 청약해 65%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앞서 광주광역시 남구에서는 지난 7월 B아파트 건설사가 미분양 80여 가구를 9000만원 할인해 분양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 분양가는 84㎡형 기준 5억9600만원~6억2700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기존 분양자들은 “청약에 당첨돼 매입한 가격보다 분양가가 떨어졌다”며 소급적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광주 미분양, 5년 새 14배 급증
아파트 분양을 위해 자녀 학원비 지원을 내건 건설사도 있다. 광주 북구에 분양을 앞둔 D건설사는 “유명 학원이 단지 내에 입점하고, 입주민 자녀의 영어와 수학 학원비를 2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떨이에 안간힘을 쏟는 것은 경기 침체로 아파트 거래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99가구 수준이던 광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올해 7091가구로 1321% 급증했다.
“건설사 위기, 대규모 분양사고 우려 커”
미분양 세대 급증은 주택경기 침체 속에 고물가와 건설 자재비 상승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정준호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세대가 급증하면서 건설업계 자금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분양사고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악성 미분양’에 벌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대도시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62가구로 1개월새 4.9%(801가구)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8864가구), 경북(7507가구), 경남(5507가구), 부산(4871가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