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11채 산다…양극화 '역대 최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2024.10.31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2024.10.31 연합뉴스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 등 주요 집값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전국 아파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이 10.9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간 평균 매매가격이 최대로 벌어졌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즉 5분위 배율 10.9는 상위 20% 아파트 한 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 약 11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6829만원이었고, 하위 20% 아파트는 평균 1억1683만원이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도 5.4로 지난달에 이어 역대 최고 수치를 이어갔다. 지난달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6억5117만원, 하위 20% 아파트는 평균 4억9011만원이었다.

이처럼 양극화 지표가 가팔라지고 있는 건 5분위에 해당하는 고가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4년 10월 1분위(하위 20%)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718만원으로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당시 5분위(상위 20%) 평균 가격은 4억8622만원으로 지금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과거 10년간 1분위 아파트 가격은 9% 올랐지만 5분위 아파트 가격은 161%나 오른 것이다. 5분위 배율은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한 2018년부터 오름 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최근만 보더라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부터 시행된 대출 규제 이후 둔화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에선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재건축 아파트에 매매 수요가 붙으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183.41㎡가 직전 최고가보다 5억원 오른 81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 전용 53.49㎡는 지난달 22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석 달 새 1억8000만원이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 전용 92㎡도 지난달 37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인 7월(35억원)에서 두 달 사이 2억원이 뛰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 랩장은 “지난 정부 때부터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돼 오면서 ‘똘똘한 한 채’가 낫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 수요가 서울 강남, 한강변 등 인기지역으로 몰리다 보니 고가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지방 등과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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