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버스 기사 노령화]
올해 9월 현재 전국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65세 이상은 무임승차 등 각종 복지에서 '노인'으로 분류하는 기준인데요. 이를 적용하면 버스 기사 10명 중 2명은 노인인 셈입니다.
3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시내·시외버스(농어촌포함) ▶마을버스 ▶고속버스 ▶전세버스 ▶특수여객 등에 종사하는 기사는 모두 약 14만 2000명(올해 9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2만 6800여명(18.9%)에 달합니다.
최근 6년간(20129~2024년)의 버스 기사 연령 추이를 따져보면 고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한데요. 2019년에 9.6%이던 노인 비율은 2021년에는 12.6%로 증가했고, 올해는 18.9%까지 늘어났습니다. 비율만 보면 거의 2배 가까이 됩니다.
반면 50세 미만 버스 기사의 비중은 2019년 29.5%에서 올해는 20.9%로 8%p 넘게 감소했는데요. 노인 기사는 늘고, 젊은 기사는 줄어드는 모양새인 겁니다.
버스 종류별로 따져보면 기사 고령화는 마을버스가 가장 심각합니다. 2019년에 21.9%이던 노인 기사 비율이 올해는 41%까지 치솟았는데요. 마을버스 기사 10명 중 4명은 노인인 겁니다.
전세버스도 사정은 비슷해서 2019년에 20.5%이던 것이 올해는 37.4%까지 급증했습니다. 시내·시외버스도 같은 기간 노인 기사 비율이 3.7%에서 8.3%로 배 이상 늘었는데요. 연령 제한이 비교적 엄격한 고속버스만 0%대 비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17개 광역시·도별로 살펴보면 시내·시외버스 기사 중 노인 비율이 최고인 지역은 전남으로 14.5%(올해 9월 기준)입니다. 이어서 광주(13.3%), 인천(13.2%), 강원(12.8%), 충남(11.2%), 전북(10.1%) 등의 순이었습니다.
마을버스는 대전이 68.2%로 가장 높았고, 광주(58.1%)·경기(43.5%)·서울(43.3%)·충북(42.9%)·경남(35.9%)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전세버스는 대구(46.3%), 부산(45.4%), 광주(44.6%), 서울 (44.0%) 등의 순이었습니다.
실제로 버스업계 관계자는 “버스를 운전하겠다는 중장년층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그나마 있던 기사들도 개인택시나 택배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버스 기사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개인택시는 면허를 살 형편이 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버스에 비해 편해서 가는 사례가 많고, 택배는 무경력이어도 진입장벽이 없고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젊은 층이 많이 간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버스 기사의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새로 버스운송자격을 취득하는 인원마저 줄고 있다는 점인데요. 공단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신규 버스운송자격증 취득자는 2019년 3만8219명에서 지난해는 2만 4722명으로 35%나 급감했습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에다 신규 진입인력 감소까지 겹쳐지게 되면 버스 산업 자체가 위태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이 떠안게 됩니다. 버스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특히 승객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버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버스 기사 인력난을 해소하고 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